(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유종하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는 28일 "한적이 통일부 부속기관도 아닌데 (정부 일을) 대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 총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당국간 대화는 당국이 하는 것이고, 적십자의 역할은 분리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우선 (북측 적십자와)독립적으로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적인 통신망을 가지고 북측 적십자와 일을 해야 한다고 보고, 정부와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총재의 말은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했던 적십자의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인도주의 사업영역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3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맞춰 방북하는 유 총재는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에게 `정치적 분위기에 상관하지 말고 인도적 교류를 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좋든 나쁘든 적십자의 영역을 만들어야 하며, 북한이 이에 호응하면 한적 총재로서 북한의 실정을 정부에 설명하는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유 총재는 북측이 상봉 정례화 조건으로 대규모 쌀과 비료 지원을 요구한 것과 관련, "적십자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대규모 지원이)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은 과거에 드러났다. 1조원 이상 지원을 했는데 지금까지 (이산가족이) 몇 명이나 만났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시민 유종하'의 의견임을 전제로, "과거의 (대북)정책에 국민이 만족하지 못해서 정권이 바뀐 것이므로, 북한이 대규모 지원을 받으려면 (남한의) 여론을 바꿔야 한다"면서 "먼저 지원을 하라는 얘기는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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