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법인·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 방침 폐지 등 감세정책 철회 여부에 대한 논의 시점을 사실상 내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2%포인트 인하가 오는 2012년 이후부터 적용토록 유예돼 있는 상황인 만큼 현 시점에서 이 문제로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
아울러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2012년 4월과 12월 잇달아 치러진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차기 국회와 차기 정권으로 넘기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인 나성린 의원은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감세정책 철회 여부에 대한 물음에 “적어도 올해는 이 논쟁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도부 차원에서 정리했다”면서 “고소득층 세율 인하가 내년 말까지 유예돼 있는 만큼 내년 말에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특히 당내 일부에서 ‘법인세 인하 방침은 유지하되,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한 소득세 인하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고소득층도 세율을 낮추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 늘어나는 가처분소득의 절대액에 대해 누진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가 전혀 없는 게 아니다”면서 “소득세율을 낮추는 건 소비진작 뿐만 아니라 근로의욕 고취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위한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감세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세율을 올리면 1~2년은 세수가 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오히려 세수가 더 줄어든다”면서 “작년과 올해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데, 이는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진다는 것이다. 재정건전성 문제는 경제성장을 통해 세수를 늘려 해결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이날 불교방송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 “감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서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이다. 감세는 다른 나라보다 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거다”면서 “(한나라당은) 열린 정당이기 때문에 얼마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 정책의 근간은 쉽게 철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필요하다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유예가 끝나는 2012년 전에, 내년 후반기엔 (철회 여부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종구 의원 역시 이날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2012년 소득분에 대해선 2013년에 과세한다”면서 “2012년 4월에 총선이 있는 만큼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올해와 내년 세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민주당 등 야당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앞으로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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