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시리즈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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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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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팍스시니카 시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상하이 엑스포까지 성공리에 치러낸 중국을 대하면 새삼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떠오른다. 최대 외환보유국이 된 지는 이미 오래고, 올해는 또 자동차 최대 소비국, 경제총량  제2위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 2004년 서구 학자들은 중국이 2020년이 돼야 총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의 GDP는 예상보다 10년이나 빠른 2010년 상반기에 일본을 제쳤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중국은 외국 관광객들이 쓰다 남겨가는 달러 잔돈푼에까지 군침을 흘릴 정도였다. 그런 중국이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로 불어난 외환을 들고 해외 우량자산을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지구촌 관광 및 호화사치품 시장에서도 최고의 고객으로 대접 받고 있다.   

위안화 파워를 원천으로 한 중국 굴기는 세계의 중심무대를 향해 갈수록 맹렬한 기운을 띠어가고 있다. 오는 2030년에는 달나라에 유인 탐사선을 쏘아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돈 런민비(人民幣ㆍ위안화)의 위상도 일변했다. 중국 금융당국자의 말 한 마디에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친다. 중국의 변화는 태풍처럼 몰아치고, 그 속도는 마치 광속과 같이 빠르다. 어떤 이는 G2가 아니라 조만간 G1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ㆍ사회 각 분야에서 중국 표준과 중국어, 중국 룰이 통용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중국 경제가 2050년이 돼야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골드만삭스와 짐 로저스는 예상 시기를 각각 2027년과 2025년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급부상하는 한편으로 우리의 대중관계도 급속히 밀접해지고 있다. 수교 20년도 채 안됐지만 한국은 이제 중국을 떼어놓고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1992년 수교 당시 64억 달러에 그쳤던 한ㆍ중 무역규모는 지난 2009년 현재 1410억 달러로 무려 22배나 늘어났다. 인적 왕래도 500만명 규모로 불어났다. 항공기를 이용, 하루 생활권으로 서해를 넘나드는 사람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이 속도를 더하고, 한ㆍ중관계가 이렇듯 밀접해져 갈수록 우리는 팍스시니카 시대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준비 여부에 따라 떠오르는 용의 잔등을 타고 당당히 세계사의 중심무대로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 굴기의 한 종속변수로 뒤처질 수도 있다. 

하지만 13억 인구와 광대한 국토가 말해주듯 중국은 너무나 크고 복잡다단한 나라여서 대비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 여간해서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양파 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겉은 자본주의지만 속은 빨간 공산당이라며 수박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잠자는 사자라고 일갈했고, 아편전쟁 무렵 서구 사람들은 중국을 아시아의 병자라고 조소했다. 

어떤 사람은 1000원짜리 생수 한 병씩만 팔아도 1조3000억원이라며 공룡 중국을 역설했고, 또 어떤 사람은 국민들이 한 바가지씩만 퍼마셔도 서호(항저우의 호수)의 물이 마를 것이라며 ‘크면서도 작은’ 중국을 강조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언젠가 한 미국 대학 강연에서 13억을 곱하면 엄청나지만, 13억으로 나누면 보잘 것 없어지고 만다며 ‘알다가도 모를 중국’에 대해 또 하나의 명언을 남겼다. 

‘과연 중국은 어떤 나라이고, 광활한 대륙의 주인인 중국인들은 누구인가. 공산당이 조종하는 중국의 시장경제와 중국 사회는 어떻게 변모하고 있나.’ 기자는 20여년간 중국을 취재, 또는 체재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중국 이야기로 연재, 새 시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그 단초를 짚어볼까 한다. 먼저 ‘런민비가 세상을 바꾼다’는 제목 아래 중ㆍ미 간의 환율전쟁과 달러에 도전하는 중국 런민비의 위력을 조명하는 내용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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