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식료품 가격이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데이터와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감각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조사 품목 가격의 허위 보고 등에 대한 당국의 느슨한 대응도 문제지만 언론을 대변인 삼아 서민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수치에 대한 불신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해 2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CPI 상승률은 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가 서민들의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될까.
중국 지에팡(解方)일보는 최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며 식료품 가격 변화에 민감한 한 전업주부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 전업주부에 따르면 최근 비둘기 알 한 개 가격이 2.8 위안(약 460원)에서 3 위안으로, 아스파라거스 500g은 7 위안에서 11위안으로 올랐다. 새우 작은 것도 4개월 전에는 500g에 20 위안이었던 것이 110 위안으로, 며칠 뒤에는 120 위안으로 치솟았다.
다수의 현지 언론은 대내외 연구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7월부터 CPI가 연내 최고 수준을 거듭 경신하고 있지만 11월 이후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식량 가격 변동이나 중국내의 자연재해도 CPI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 전업주부가 알고 싶은 것은 가격이 올라 살 수 없게 된 식료품을 언제가 되면 종전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실제로 느끼는 식료품이나 일용품의 가격 인상폭은 CPI의 성장폭으로서 발표되는 '2~3포인트'라고 하는 숫자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CPI나 생산자 물가지수(PPI) 등 많은 가격지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하지만 향후 경제 동향이 L자형인가 V자형인가 하는 정보를 일반 서민들이 반드시 활용할 수는 없다.
또 지수 산출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요소를 왜 그 비율에 근거해 계산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일부 전문가들만이 아닐까? 결국 가격지수는 일반 서민의 생활감각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일반인들은 경제학이나 통계학의 지식보다 명확하고 알기 쉬운 기준을 필요로 한다. '지금은 집을 사야할 때인가 팔 때인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예금을 남겨 두어야 할까' 처럼 말이다.
일반인이 느끼는 물가의 변화와 CPI 숫자 사이의 거리감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보다 서민 감각에 가깝고 실감할 수 있는 지수를 고안해 낸다면, 당국의 정책과 서민의 생활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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