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외교위원회가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내용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콘스탄틴 코사체프 위원장이 3일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코사체프 위원장은 이날 "미 상원이 새 START에 대해 세 차례의 공개 심의를 하고, 10여 회의 전문가 참여 비공개회의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처럼 많은 심의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며 두마 외교위원회도 미국 측이 내놓은 유보조건을 고려해 이달 18일 회의 때부터 새 START 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의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은 새 핵무기 감축 협정 심의를 연기하거나 아예 중단시키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전문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에 대응해 러시아 의회도 협정을 재심의키로 했다"고 주장했다.
러 국가두마 외교위원회는 앞서 7월 새 START 협정 비준안을 전체 회의 심의에 상정했으나, 이후 미 상원이 협정 비준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자 코사체프 위원장도 10월 말 협정 재검토 의사를 밝혔었다.
코사체프 위원장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새 START 협정에 덧붙이는 26항의 유보조건을 담은 부속 문서를 만들었다"며 "여기엔 새 핵무기 감축 협정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활동을 제한하지 않으며, 핵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대륙 간 탄도미사일은 협정상의 제한 대상이 안 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 모든 유보 조항들은 러시아 의원들의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제 양국은 협정 비준의 시점뿐 아니라 내용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양국이 실전 배치한 전략 핵탄두 수를 이전 협정에서 합의한 2200개에서 1550개 수준으로 크게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핵무기감축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1991년 발효돼 지난해 12월 만료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새 협정이 발효되려면 양국 의회의 비준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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