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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국장 겸 IT·미디어부장. |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알면 바로 기사로 쓰지 그냥 있겠어요!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기업이나 깨끗하게 운영하소." 기업들이 보기 드물게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태광·C&그룹·세중나모 등 대기업들이 비자금 문제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이와 관련없는 기업까지 덩달아 얼어 있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무더기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태광그룹·C&그룹·세중나모가 그렇다. 차명계좌로 문제가 된 신한금융까지 검찰의 손길이 뻗쳐있다. 한화와 태광, C&그룹은 불법 비자금 조성이 문제가 됐고, 세중나모는 세무조사 축소 로비문제로, 신한금융은 차명계좌 등이 문제다.
검찰은 수사 인력을 동원해 해당 기업 오너들의 불법사항을 이 잡듯이 캐고 있다. 필요하면 압수수색도 하고, 관련자도 부르고 있다. 비자금 등 각종 불법 행위를 끝까지,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검찰이 여러 건을 동시에 수사하자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실눈을 뜨고 보는 사람도 있다. 또 기업을 길들이는 것은 아닌지, 대기업을 압박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활발히 끌어내기 위한 전략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이도 있다. 검찰은 의도성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동시에 수사를 받게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기업을 손 볼 때는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게다. 잘 하고 있는 기업을 괜히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로서는 당연한 업무수행이다. 그럼에도 경제계가 검찰에 바라는 바는 수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가 길어지면 기업 활동에 큰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오너가 비자금에 관련돼 있다면 수사가 끝나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는 중간발표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게 밝혀질 때마다 언론에 내용이 보도되면 선의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기업이 힘들어 진다.
기업도 이제 정말로 새로워져야 한다. 기업마다 지속가능 경영이니, 윤리경영이니, 투명경영이니 하면서 깨끗한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윤리경영 전담부서를 두고 사원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열심히 하고 있다. 웬만한 기업들은 윤리경영과 관련된 보도 자료를 뿌렸을 것이다.
이런 요란한 내용에 비해 실제로 일부 기업들의 행태는 겉다르고 속다른 것은 아닌지 되씹어 볼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검찰과 국세청, 금감원이나 공정위 등으로부터 윤리경영과 어긋난 경영을 했다는 이유로 조사도 받고, 제재도 받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윤리경영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윤리경영을 위해 칼을 뽑았으면 실천해야 한다. 어려움이 있어도 밀고 나가야 한다. 그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들은 말만 앞세우는 기업보다 말없이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을 보고 싶어 한다.
윤리경영과 관련해서는 특히 오너들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빼돌리는 것은 모두 오너나 측근들이 저지른다. 일반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너 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자칫 직원들을 범죄의 소굴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기업은 검찰이나 국세청이 느닷없이 쳐들어와 회계 장부를 들쳐 봐도 문제가 없도록 깨끗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장부 정리를 했다면 검찰과 국세청을 그렇게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많은 경우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검찰이나 국세청이 나서면 겁부터 먹는 게 우리 기업의 현 주소가 아닌가?
어떤 사람은 "기업을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고, 차명계좌를 운영하고, 정치권이나 공무원들에게 돈을 들이대며 로비를 하다 적발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잘못한 만큼 법의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기업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비자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럴 때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쓸 만큼만 만들면 된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모두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비자금의 단위도 크다. 비자금은 회사 돈을 빼돌려 오너가 갖거나 로비를 하는 데 주로 쓰여 출발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한화, 태광, C&, 세중나모, 신한금융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윤리경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들 기업이 당한 어려움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철저하게 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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