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서울 G20 옵서버로 스페인 초청-"한국, 외교적 미숙함 보였다" 반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11-07 19:3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특별기획팀) 네덜란드 정부가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와 관련, 한국에 유감을 표시하게 된 것은 대표적으로 ‘창조적 실리외교’의 부재(不在)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외교부는 이를 무마키위해 10월말 부랴부랴 주한 네덜란드 대사를 불러 심심한 사의를 공식 전달했다. 당초 주네덜란드 한국대사관을 통해 사의를 표명하는 선에서 네덜란드의 반발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통보장소를 한국 외교부로 바꾼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측은 삼성전자, LG전자, 한국타이어, 대한항공등 네덜란드 진출 한국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응조치까지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특히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양대 우량국가인 자국을 대신해 이웃 스페인을 G20 정상회의 옵서버로 초청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보여준 외교적 미숙함에 내심 크게 분노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2004년 이후 EU 의장국을 상당기간 맡아왔다.

한국정부가 네덜란드와 역사적인 구원(舊怨)관계인 스페인과 자국사이에서 옵서버 초청을 저울질하다 정당한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스페인을 옵서버로 결정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6,17세기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아래서 종교탄압과 주민학살의 암울한 역사적 기억을 갖고 있는 탓인지 스페인과의 경쟁의식이 대단하다. 올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석패한 네덜란드의 국민들이 상당기간 충격속에 빠졌던 이유역시 이런 역사적 배경에 기인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618년부터 스페인과의 30년 전쟁을 통해 1648년 완전한 독립국가로 탄생했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이웃 일본의 식민지 지배하에서 36년간 신음했던 한국이 네덜란드의 국민정서를 모를 리가 없는데도 이를 간과한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도 특수한 역사적 관계다. 1600년 일본을 개항시킨 다음 일본과 경제협력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오던 네덜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결정적인 구원(舊怨)관계로 돌아섰다. 당시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하고 있던 네덜란드는 본국이 독일에 점령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많은 인도네시아 주둔 네덜란드군이 일본군에 학살당하고, 심지어 네덜란드 여성들이 종군위안부로 끌려가기 까지 했다. 일본측이 네덜란드의 개항노력을 칭송하면서 관계개선의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양국 국민들은 역사적 앙금으로 서먹서먹한 사이다.

네덜란드는 한국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 1949년 7월25일 대한민국의 독립을 정식 승인했고, 1950년7월에는 한국전쟁에 보병 1개 대대와 함정1척을 참전시키기도 했다. 1961년 4월4일 대사급외교관계를 수립, 2011년이 양국수교 50주년이 된다. 북한과는 2001년 수교를 했고 최근 북한식당이 문을 열었다. 독일과 함께 북한진출도 활발한 편이다.

한국과의 경제교류와 협력은 그 범위가 넓고도 깊다. 네덜란드는 현재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가 많은 국가다. 투자분야역시 증권시장이나 펀드등 자금시장이 아니라 전자, 금융, 보험, 화학, 부동산, 식음료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진출 기업으로는 필립스(전자), 쉘(석유), ING(보험.은행), 악조노벨(화학), 하이네켄(식음료), 로담코(부동산.매립)등이 있다. 네덜란드에 진출한 한국기업으론 삼성전자, LG전자, 한국타이어, 대한항공, 한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유럽물류 본부가 네덜란드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와의 교역도 활발해 8위의 교역국가에 랭크돼 있다. 네덜란드는 월드컵 4강 신화의 히딩크 감독과 17세기 하멜표류기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친숙해져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준 열사가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에 항거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됐다가 일본의 방해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국한 곳도 네덜란드이다. 현재 헤이그에는 이준 열사가 당시 살던 집에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세계최장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33KM의 새만금 방조제도 네덜란드 ‘자위데르제이(Zuiderzee)'방조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김영원 주네덜란드 대사는 “네덜란드는 수자원관리, 자전거 교통을 비롯한 녹색산업, 글로벌 도전정신에서도 한국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네덜란드의 글로벌 도전정신의 역사를 한국이 심층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글로벌 도전정신은 미국의 뉴욕에서도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1612년 뉴욕의 전신인 뉴암스테르담을 구축한 것도 네덜란드다. 할렘과 월스트리트 역시 이와 연관된 역사의 산물이다.

아무튼 네덜란드와의 외교갈등조짐은 G20 정상회의 이후 한국의 외교전략이 그 어느때보다 심오하고 심대해야 한다는 반증의 대표적 사례이다.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