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대형 빌딩의 내부 모습. 전체 면적의 40% 정도가 비어있으며, 임차인 모집을 위해 '렌트 프리(Rent Free)' 및 서비스 면적 등을 제공하고 있다. |
"예전에는 사무실이 비면 곧바로 나갔는데, 최근에는 1년 넘게 비어있는 곳이 많습니다. 지금 공사중인 건물들이 임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게 뻔해 걱정입니다."
20년 가까이 서울 도심에서 대형 오피스 빌딩 관리업무를 맡아온 Y씨는 세계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최근 오피스 임대 시장의 상황이 마치 지난 1990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던 때와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Y씨의 말처럼 최근 강남권, 도심권, 여의도 등 서울 시내의 주요 오피스 빌딩 밀집 지역은 늘어나는 빈 사무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사무실 장기 계약자를 위해 3~4개월 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 서비스나 추가 면적을 제공하는 등의 임대 마케팅도 보편적 상황이 됐다.
지난 주말(6~7일) 돌아본 서울 도심과 강남 일대 오피스 밀집 지역은 겉으로 보기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예전에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던 임대 현수막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몇 오피스빌딩의 사무실 임대 담당자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속사정을 알 수 있었다.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싶지만 구청의 단속에 걸리면 수백만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내야해 현수막을 걸고 싶어도 걸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눈에 잘 띄는 현수막 대신 빌딩 입구에 조그만 임대 안내표지판을 세우는 것이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빌딩. 지상 18층 중 7개층이 텅 비어있다. |
빈 사무실은 늘고 있지만 임대료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 빌딩주들이 사무실을 비워둘지언정 임대료 호가는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저스트알(JUSTR)'에 따르면 서울 종로·을지로 일대(CBD) 오피스 빌딩의 올해 3분기 공실률은 4.84%로 전기 대비 0.32%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3분기 월평균 임대료는 3.3㎡당 6만5800원으로 전기의 6만4100원 보다 오히려 2.66% 상승했다.
이처럼 빈 사무실이 느는데도 임대료가 내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빌딩주들이 임대료 내리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대신 렌트 프리를 이용해 세입자에게 수개월간의 임대료를 깎아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빌딩주 입장에서는 기존 계약자와의 관계도 있어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을 꺼린다"면서 "대신 새로운 임차인에게는 3~4개월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로 실질적인 임대료 인하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임대가격은 소폭 오르거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0~15% 정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렌트 프리와 더불어 서비스 면적을 추가로 제공해 주는 빌딩도 등장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광화문의 K빌딩은 새로운 임차인에게 사무실 공간 옆쪽으로 이어진 복도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 5년 이상 장기계약자는 8%의 임대료도 할인해 준다.
강남역 인근 한 빌딩 관계자는 "건물의 40% 정도가 비어있는데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50평당 자동차 한 대의 주차공간과 방화구역 확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 임대료는 세입자와 합의해 추가로 할인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희석·이혜림·김지나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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