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지현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장관급 회의가 8~9일 예정된 가운데 국제법 및 국제 통상 전문가들이 자동차 재협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국제법 교수는 지난 5일 “미국 측 입장이 강경한 만큼 자동차 재협상은 피할 수 없다”며 “자동차에서 미국 측에 양보 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일 것이다. 그러나 대신 우리는 그 손해를 상쇄할 수 있는 대안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도 “자동차 재협상 문제는 한미 FTA 협상 전부터 제기된 선결 문제로 미국은 이 부분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끝까지 관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신 교수는 쇠고기 부문과 관련, 한국 정부가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와는 달리 “한국은 쇠고기 부문에도 양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재협상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이면 협상으로라도 해서 결국은 미국 측 의견을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동차 재협상 대응 카드는?
최 교수는 한국 측에서 제기할 수 있는 자동차 재협상에 대한 대응 카드로 금융 세이프가드(safe guard) 조항을 들었다.
최 교수는 “금융세이프가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발생 전에 만들어진 조항으로 현 국제 금융시스템의 부작용을 막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 카드를 꺼내 들면 지난 금융위기의 온상지인 미국은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세이프가드는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금융파생상품과 신금융 서비스 등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고 긴급외환거래 중단 조치기간을 1년 이내로 하는 등의 한계를 내포한 조항이다.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와 네거티브 열거 방식 등 독소조항 수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최 교수는 “ISD 조항 등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협정문 챕터 하나에 손대야하고 이는 결국 협정문 전체 수정을 의미하기 하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라고 답했다.
ISD 조항은 협정문 제 11장 2절 ‘투자자와 국가간 분쟁해결’에서 규정되어있으며 해당 챕터 뿐 아니라 제 13장 ‘금융서비스’ 챕터에도 적용된다.
한편 신 교수는 금융 세이프가드 조항 수정안 카드에 대해 “자동차 재협상과 맞바꿀 만큼 경제적 효과가 크지는 않다”며 “경제적 효과는 차후 하더라도 (재협상 때문에) 국내법 조항을 수정한다는 게 앞으로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 자동차 재협상, 후폭풍은?
삼성 경제 연구소 김치풍(가명) 수석 연구원은 자동차 재협상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국내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세인하로 미국 자동차가 어느 정도 경쟁력은 가질 수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연비, 보험 등을 냉정하게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유럽과 일본 차에 대해 우위를 가질 수 있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수입차끼리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동차 재협상에 방어벽을 세우기보다는 (재협상 대가로) 섬유나 고무 제품 등의 물건을 미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금융 세이프가드(Safeguard)
금융 세이프가드는 외환위기와 같은 긴급한 시점에 급격한 외환 유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한미FTA에 따른 금융 세이프가드 조치는 발동기간이 1년 이내로 제한되어 있으며 한국 정부가 미국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자산을 몰수(confiscatory) 할 수 없고 이중환율제(dual exchange rate) 실시도 금지된다. 또 외환규제로 인해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국내에 묶인 자산을 운용하는데 있어 제약을 두지 못하며 세이프가드 발동 시에는 이를 즉시 공포해야한다.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투자 유치국 정부가 협정상의 의무, 투자계약, 투자인가 등을 위배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때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 제소 또는 국제 중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이다. 3인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에서 심리하되, 75일 이내 중재판정부가 구성되지 않는 경우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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