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12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국과 나머지 19개국이 대결하는 환율 전쟁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G20이 미국에 반대하는 공동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강행하며 경주 회동에서 합의된) 단합 약속을 깸으로써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G19 플러스 1'이라는 새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신흥국, 美 추가 양적완화 일제히 반기
지난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가 60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을 중심으로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금융포럼에서 "양적완화 조치가 미국에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세계경제에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도 "달러화를 헬기에 실어 쏟아붓는 정책은 미국 경제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브라질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국제 투기자본 유입 증대를 막기 위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비거주 외국인의 헤알화 표시 채권 매입에 적용하는 15%의 금융 거래세를 부활시킬 태세다.
프라빈 고단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 역시 "연준의 이번 조치는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형성된 G20간 국제공조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미 전선 獨 합류…환율전쟁 격화 조짐
선진국 진영에서 신흥국의 자국 통화 약세 경쟁을 경계해온 독일도 미국에 반기를 들며 신흥국 진영에 합류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부 장관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8일자에서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멍청한 짓(clueless)'이라고 폄하했다.
로이터는 최근의 분위기는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지적했다. G20 정상들은 토론토에서 글로벌 경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당시의 공조 분위기가 깨지면서 미국과 반대진영의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토론토 G20 정상회의 이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 이상 빠졌다. 반면 일본ㆍ브라질ㆍ유로존 등지의 통화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반토막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경제의 건전성이 세계 경제회복에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미국의 수출이 향상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中-美 한발짝씩 후퇴…큰 폭 합의 낙관론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연준이 시중에 푼 유동성이 신흥시장을 휩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세계 불균형 해소라는 공공의 목적(shared objectives)을 단번에 파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서울 G20 정상회의 합의문에 경상수지 제한폭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문제 해결을 위해 경상수지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4%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한걸음 후퇴하자 중국 고위 당국자 역시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보였다.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로이터와 가진 회견에서 "우리는 G20이 국제 통화정책을 개혁하고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G20이 세계 경제가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균형잡힌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표적인 글로벌 불균형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무역수지와 관련,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내년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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