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자들이 '중공 17기 5중 전회'가 끝나자 마자 대대적인 외교전에 돌입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달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후지타오 국가주석이 이달 4일부터 프랑스, 포르투갈을 방문하고 있다. 11일에는 G20 서울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며 다시 APEC정상회의 참석이 예정되는 등 숨 가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이달 3일부터 아시아 3개국을 방문 중이다.
중국의 넘버 1, 2, 3가 거의 동시에 해외를 순방 중이다. 가히 전방위에 걸쳐 다변(多邊)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현대외교는 이념에 치우쳤던 과거와 달리 지극히 실용적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중국외교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호위'하는 성격이 강하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국가간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환율전쟁'과 무역분규로 날카로운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중국은 자원을 확보하고 무역장벽을 해소하며 환율을 지켜줄 '동반자'가 절실하다.
최근 중국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가쿠열도) 영유권 다툼으로 일본과 한 차례 공방을 벌여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초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향후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세계에 심어준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최근 발행된 《랴오왕(瞭望)》잡지가 도광양회式 외교를 강조한 것은 세인의 주목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잡지는 최근호에서 중국이 비록 일본을 제치고 G20으로 올라섰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중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경쟁상황에 대해 냉철히 대응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사회과학원 우바이이(吳白乙) 연구원의 말을 인용,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며 '중공 11기 3중 전회'에서 덩샤오핑에 의해 확립된 경제 중심의 발전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대하는 현실에서 외교는 주동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날 국제정세가 복잡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우선 글로벌시대인 지금은 '내 속에 네가 있고 네 속에 내가 있다'는 인식이다. 둘째, 각국의 정책이 너무 빨리 변화하고 영활(靈活)성이 강해 예측과 대응이 어렵다는 것. 끝으로 주요 대국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한나라의 주관적 노력보다 '천시, 지리, 인화'의 객관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다음 몇 가지 분야에 외교적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다변외교를 적극 펼칠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경제부양책을 쓰도록 힘쓸 것이다. 금제금융체제 개혁을 도모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추구하며 군비축소 및 핵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러시아, 유럽 및 일본 등 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동아시아 각국 및 인도, 파키스탄과의 전략적 관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전통적 우방인 베트남, 북한, 미안마 및 쿠바와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며 아프리카와 아랍권과의 교류협력에도 지속적으로 공을 들인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중국의 세계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나 전략적 무게가 무엇인가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 관계가 비록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왠지 그 말이 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고사성어로 덩샤오핑이 중국의 외교전략의 하나로 확립했다.)
베이징=이필주 특파원 china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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