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괴 장비인 ‘디가우저’(degausser)를 이용해 민간 사찰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알고도 검찰이 이를 묵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실로부터 입수한 디가우저 구입 내역과 사용일지 등을 근거로 이같이 밝혔다.
우 의원에 따르면 총리실은 지난 2006년 5월25일 모 업체로부터 1672만원에 디가우저를 구입한 뒤 지난해부터 이를 내부기록 삭제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용일지를 살펴보면 지난해 7월8일에 23건, 8월5일 10건에 이어 올 8월11일 21건 등 내부기록이 삭제됐다.
우 의원은 “총리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 전에는 사용하지 않던 디가우저를 민간인 사찰 업무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2010년 8월11일 21건의 디가우저 사용 내역을 보면, 검찰의 디가우저에 대한 수사시점인 8월18일을 미리 알고 이뤄졌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또 사용일지의 ‘용량’ 부분이 주로 120기가바이트(GB)로 기재된 점으로 미뤄 총리실이 디가우저를 사용해 삭제한 문서는 최소 수십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우 의원은 다만 “검찰은 지난 8월18일에서야 총리실에서 디가우저를 넘겨받아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며 총리실의 내부 삭제 가능성은 묵인하거나 최소한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검찰이 총리실 내부 삭제로 결론이 날 경우 불어닥칠 파장을 우려해 외부 삭제 쪽으로 서둘러 결론지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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