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입점한 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SSM이 이른바 목좋은 상권에 무차별적으로 입점하면서 생계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영세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13년 넘게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A씨(54ㆍ여)는 "적자로 운영하고 있다"며 "자식들이 모두 대학교를 졸업한 후 SSM이 들어선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SSM이 입점하기 전인 지난해 여름에는 그래도 하루에 보통 70만~8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며 임대료와 각종 비용 등을 빼더라도 한 달에 200만-250만원을 벌었으나 이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께 근처에 SSM이 입점한 뒤 A씨의 슈퍼마켓 매출은 하루 20만~30만원으로 급감했다.
A씨의 슈퍼마켓 매출액이 이렇게 급감한 이유는 가격경쟁에서 근처 SSM에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SSM은 입점하자마자 대규모 저가 물량공세로 고객들을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A씨는 1.6ℓ짜리 맥주 가격을 한 병에 4700원에서 4500원으로 내리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쓰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SSM은 1.6ℓ짜리 맥주를 한 병에 4000원에 팔았고, 세일 기간에는 3800원에 팔기도 했던 것.
A씨는 "우리로선 한 병에 3800원이 이익 마지노선"이라며 "한 마디로 이것은 헤비급 권투선수와 10살짜리 어린아이가 권투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물건을 들여올 때 여러 유통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이 SSM은 본사에서 바로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슈퍼마켓 근처에 있는 B마트도 문제의 SSM 입점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B마트는 비록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마트지만 문제의 SSM이 입점하기 전까지는 이 지역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마트에 속했다.
하지만 B마트는 SSM이 입점한 후 매출액이 30% 정도 줄었다.
지역 상권을 파고드는 SSM의 무차별적 영업전략으로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SSM은 지난 2005년 267개에서 2008년 473개, 2010년 9월 말 현재 820개로 급증했다.
이에 비해 매장면적이 165㎡ 미만인 동네 구멍가게나 소형 슈퍼마켓은 2006년 9만7538개에서
2008년 8만7271개로 1만개가 넘게 줄었고, 2009년에는 8만3600개로 줄었을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하고 있다.
이광효 기자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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