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역공…검찰 '입법로비' 수사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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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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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과잉수사 말라" 거세게 반발 경찰 주승용 의원 수사 성과 없어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를 고강도로 밀어붙이던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검찰이 최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은 11명의 의원 집무실을 압수수색한데 대해 정치권이 대대적인 역공을 펴고 있어서다.

여권이 공정수사를 촉구한데 이어 야권도 민간인 사찰 등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 카드를 내밀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수사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농협 입법로비 의혹을 내사하고 거물급 정치인의 뇌물수수 의혹 등을 파헤치고 있는 경찰도 정치권발 역풍을 맞으며 수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 ‘강제구인’ 카드 빼들어...야권 ‘국정조사.특검’으로 맞불

검찰은 비교적 여의도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등 야5당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공동전선을 형성했고, 여권에서도 청목회 로비 관련 압수수색에 대해 ‘과잉수사’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검찰도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관측이다. 급기야 검찰은 소환에 불응하는 의원측에 대해 강제구인 방침을 세웠지만 정치권의 거센 반발로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8일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에 따르면 고액 후원금을 받은 의원실의 보좌관, 회계담당자 등을 이번주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청목회로부터 1000만원 이상 후원금을 받은 한나라당 권경석,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실 회계담당자 등에게 금주중 출석하도록 통보했지만, 이 의원 측은 일정을 연기하자며 일단 소환에 응하지 않기로 하는 등 수사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의원실 보좌관이나 회계 담당자 등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원에서 체포영장이나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사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 참고인 신분이더라도 강제조사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청목회 로비관련 수사가 원활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등 야5당이 이날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된 민간인 사찰, 청와대 대포폰 지급, 이른바 스폰서·그랜저 검사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요구키로 결의했다. 검찰 때리기에 나선 것.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정치권의 후원금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정기국회 회기중이어서 입법 로비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 불법자금 수수, 농협 입법로비 의혹 수사 ‘난항’ 거듭

정치인 불법 자금 수수와 농협 입법로비 의혹을 파헤치던 경찰도 덩달아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6년 11개월만에 현직인 민주당 주승용 의원을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소환조사하면서 고강도 조사를 펼쳤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치 못하고 있다.

경찰은 당초 주 의원이 6.2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오현섭 전 여수시장(구속)한테서 자신의 측근인 여수을 지역선거사무소 관계자들을 통해 7000만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주 의원이 불법자금을 수수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버티고 있고, 주 의원 측근들도 “우리가 오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받았지만 주 의원은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어 수사의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 역풍에도 영향을 받고 있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게 내부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가 캐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불법 정치후원금 모금’ 의혹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농협중앙회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18명을 후원 대상으로 정하고 직원 3600여명을 참여시켜 의원 1인당 2000만원을 후원하는 목표를 세웠다는 의혹이 있어 경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후원금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과 후원금이 실제 의원측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조사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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