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 誠司) 일본 외무대신과 8일 저녁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은 한반도에서 유래하는 도서 1천205책을 인도(반환)하고 협정 발효 후 6개월 이내에 도서를 인도하며 양국간 문화교류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이날 발표했다.
양국이 반환에 합의한 문화재는 모두 도서이며 전부가 궁내청 소장품이다.
그 세목은 조선왕실의궤 167책 전부와 대전회통 1책, 증보문헌비고 99책, 규장각 등 기타 도서 938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도서는 일본에 유출된 과정이 명백히 '약탈'이나 '불법', 혹은 그에 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대체로 유출 시기는 조선이 사실상 일본의 피식민지로 전락한 1905년 이후 1945년 해방 이전이다.
궁내청 도서관인 쇼로부(書陵部)에 소장된 한국 고서는 2001년 서지학자 박상국씨가 조사할 당시에는 총 639종 4천678책으로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는 문화재는 661책이라는 제안이 최근 나오기도 했다. 이후 쇼로부에 의궤류 등 서책이 더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현재 쇼로부가 소장한 한국 도서 중 반환대상 품목으로 지목된 문화재는 각 책마다 찍힌 소장처 도장에 따라 ▲조선총독부 기증인(조선총독부가 기증했다는 도장이 찍힌 도서) 79종 269책 ▲경연인(經筵印. 경연이라는 도장이 찍힌 도서) 3종 17책 ▲제실도서지장(帝室圖書之章. 제실도서관 직인이 찍힌 도서) 38종 375책의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이번 반환대상에 오른 것은 대부분 조선총독부 기증인이 찍힌 것이며, 나머지 경연인과 제실도서지장 도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총독부 도장이 찍힌 것이 반환대상이 된 것은 그것이 조선총독부라는 권력에 의해 일본으로 강제 유출된 것으로 양국 정부, 특히 일본 쪽에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환대상에 포함된 도서류를 종류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의궤류(儀軌類) = 2001년 조사 당시 파악한 쇼로부 소장 조선왕실 의궤류는 76종 154책 분량이다. 그러나 이번에 반환품목이 167책이라고 한만큼 그동안 새로 파악된 의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1년 현재 기준으로 의궤류를 판본별로 보면 ▲필사(筆寫) 혹은 원본이 63종 108책 ▲활자본 11종 44책 ▲목판본 2종 2책이며 기타 3종 115책(그 중 2부는 복본이다)이다.
이를 원래 소장처인 사고별(史庫別)로 보면 ▲오대산사고 41종 ▲태백산사고 7종 ▲정족산성사고 5종 ▲강화사고 3종 ▲규장각 1종 ▲미상 6종이다.
의궤는 다시 그것이 다루는 내용에 따라 1. 가례(嘉禮) 2. 책례(冊禮)ㆍ책봉(冊封)ㆍ진봉(進封) 3. 국장(國葬) 4. 빈(殯)ㆍ혼례(魂禮) 5. 부묘(부<示+付>廟. 종묘에 올림) 6. 능(陵)ㆍ원(園) 7. 묘(廟)ㆍ휘(諡)ㆍ존호(尊號) 8. 안태(安胎. 태를 안치함) 9.보인(寶印) 10. 영정(影幀) 11.찬수(撰修) 12. 황단의(皇壇儀) 13. 영건(營建. 건축) 14. 진찬(進饌) 15. 진안(進宴) 16. 행행(行幸. 왕의 행차) 17. 궁전의(宮殿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전회통(大典會通) = 대전회통은 고종 2년(1865) 왕명을 받들어 편찬한 조선시대 마지막 법전이다.
이런 대전회통 중 총독부 직인이 찍힌 것은 두 종류가 파악된다. 하나는 권1~5의 전체 5권 5책이다.(권이란 요즘 책의 장<章> 정도에 해당하며 책이란 요즘의 단행본 1권을 말한다) 따라서 이번 반환대상에 오른 1책이란 이를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나머지 한 종류가 바로 제3권만 남은 1책인데 이것이 반환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목판본으로 고종 2년 간행본이다.
이 책에는 궁내성 소장 도서임을 표시하는 '궁내성도서인'(宮內省圖書印)이라는 도장과 함께 조선총독부도서지인(朝鮮總督府圖書之印)이라는 도장이 확인된다. 책 끝에는 쇼와(昭和) 10년(1935) 10월31일에 (쇼로부가) 인계받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이 책은 상고 이래 구한말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의 문물제도(文物制度)를 백과사전식으로 분류 정리한 것으로, 여러 차례 증보를 거쳐 대한제국 시대에 최종 보완됐다.
쇼로부 소장품으로 총독부 직인이 찍힌 것은 2001년 두 종류가 파악됐다.
그 중 하나는 제1권부터 마지막 250권까지에다가 정오(正誤) 편 1권을 붙인 것으로 전체 251권 51책 분량이다. 신납활자판(新鉛活字版)으로 융희(隆熙) 2년(1908)에 인쇄했다. 책 끝에 메이지(明治) 44년(1911) 8월10일 총독부가 기증했다는 말이 있다.
다른 하나도 역시 전체 250권에다가 정오(正誤) 편 1권을 구비한 것으로 판본이나 출판연도 역시 앞과 같다. 하지만 이는 분량이 251권 50책이다. 책 끝에는 '조선총독부기증'이라는 말만 있고 기증 시점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반환대상에서 특별히 언급된 대전회통은 이 둘을 합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둘을 합치면 분량은 101책이다. 우리 외교부가 말한 '증보문헌비고 99책'은 아마도 두 종류에 각각 1책씩 붙은 정오 편을 뺀 수치이거나 착오인 듯하다.
이번 반환대상에는 몽유도원도 같은 민간 소장 문화재는 당연히 누락됐다. 몽유도원도만 해도 개인(덴리대학) 소유이며, 그것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일본으로 갔는지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따라서 반환을 강제할 권리가 두 나라 정부 어디에도 없다.
한편, 올해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에 의하면 일본에 유출된 한국 문화재는 10만7천857점이 확인됐으며 이 중 6만1천409점이 일본 국립박물관이나 대학, 사찰 등 250곳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궁내청 소장 한국 전적 문화재 중에는 1965년 한일회담 때 163종 852책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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