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를 치른 미국 정치권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 조치의 타당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양적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데 이어 2012년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를 노리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까지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공격하며 양적완화 조치를 비판, 경제전문가들의 논쟁에 끼어들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보수적 유권자단체인 티파티의 후보들을 적극 밀면서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데 성공한 페일린은 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 예정인 기업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국채매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언론들이 페일린의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해 보도했다.
페일린은 연설문에서 "인플레이션을 가지고 장난쳐서는 안된다"면서 "소득과 저축의 가치를 갉아먹는 영구적인 고(高) 인플레이션을 대가로 임시적이고 인위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것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페일린은 또 "실질적인 경제개혁으로 달러화를 안정시키는 것을 원하며, 이게 바로 미국 경제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화당의 중진으로 차기 하원 예산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폴 라이언(위스콘신) 의원은 7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연준의 양적완화로 인한 이점은 별로 없으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연준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측의 이런 비판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연준의 양적완화 자체가 지니는 한계와 부작용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정치공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연준이 3일 총 6천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을 골자로 한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한 후 중국과 독일, 브라질 등 주요국가들이 일제히 미국을 성토하면서 조만간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루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다.
공화당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오바마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 넣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하원의 주도권을 거머쥔 공화당이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오바마 때리기' 차원에서 연준의 양적완화까지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현재 인도를 방문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를 적극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연준의 임무이자 곧 대통령의 임무"라면서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가) 미국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저성장 기조로 고착화되는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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