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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평범하고 싶었다"…영화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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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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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화란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얼마나 말이 되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말이 되는 스토리가 얼마나 관객을 빨아들이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영화인가 또는 아닌가로 구분된다. 굳이 하나를 더 하자면 황당무계한 스토리라도 관객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있다면 그만이다.

외계인 침공으로 지구 멸망을 다룬 얘기, 또는 초능력을 지닌 슈퍼 영웅의 활약이라면 이른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영화 ‘초능력자’는 제목부터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초능력자에 대한 스토리다.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소재다. 꽃미남계의 대표주자 강동원과 고수가 투톱을 맡았다. 되는 영화의 필요충분조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눈빛만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초능력을 지닌 초인(강동원). 특별한 능력과 함께 한쪽 다리마저 없이 태어난 까닭에 그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괴물’로 함축된다. 그는 엄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살해하며 스스로 진짜 ‘괴물’이 됐고, 그의 능력을 두려워한 어머니에게 마저 버림을 받는다.

   
 
 


한편 전당포에서 일하는 규남(고수)은 고아로 자랐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사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어느 날 전당포를 찾아온 초인이 사장(변희봉)을 살해하면서 복수를 다짐하며 분노에 휩싸인다.

영화는 강동원의 극중 만화적 이미지와 소재 탓에 흡사 일본만화의 그것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비주얼적인 면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초능력자’는 우리 정서에 익숙한 여느 ‘히어로’ 물과는 냉정하게 선을 긋는다.

자신의 능력으로 남을 돕거나 지구를 구하는 등의 ‘대의’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물과 기름처럼 세상과 섞이지 못하는 신세 한탄과 처연함이 영화 전반에 가득하다. 초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 규남 역시 우리 사회가 부르는 이른바 ‘루저’의 대명사다. 중졸 학력에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며 주변의 동정을 부른다.

   
 
 


사회와 주변의 시선 밖에 머무는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면서 자신에 대한 각성과 존재이유를 인식한다.

자신이 멈춘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초인. 또한 초인이 멈춘 시간에서만 스스로의 존재를 내세우는 규남.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분노를 동질감으로 변화시킨다. 서로를 통해 완전해진 자신을 발견해 나간다. 악(초인)과 선(규남)의 구도가 점차 색을 바라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러나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된 유머 코드는 쉼표의 역할보다는 전체 스토리의 균열을 부르는 틈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친부 살해 및 초인과 규남의 캐릭터 설명 생략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쪽 다리를 절며 눈빛으로 상대를 조종하는 초인역의 강동원, 숯검댕이 얼굴과 순박한 웃음으로 무장한 규남역의 고수 두 사람 모두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하고 싶다. 당대 최고의 꽃미남 두 사람이 ‘세상과 지독하게 어울리지 못하는 누구’라면 대체 몇 명이나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할까.

2004년 단편 ‘올드보이의 추억’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괴물’ 등에서 각본과 조연출을 맡은 김민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0일 개봉.

김재범 기자 kimjb5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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