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실학연구단체인 실시학사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올해 초 "실학연구에 써 달라"며 이 단체에 현금 20억원과 50억원어치 주식 등 모두 70억원을 기부했다.
이 전 회장은 우리나라의 실학이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사상적으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지원할 방법을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실학연구와 관련된 분야라면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말했다고 실시학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전 회장은 실시학사를 만든 한학의 대가 이우성(85) 전 성균관대 교수와 20여년 전부터 한시동호회인 '난사'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아 왔으며, 이 교수의 실학연구에도 깊은 애정을 보여 왔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인 이 전 회장은 평소 학술 분야에 큰 관심을 가져 LG전자 회장으로 재직할 때도 틈틈이 사재를 털어 학술단체에 많은 기부를 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실시학사는 이 전 회장의 기부를 계기로 지난 9월 '재단법인 실시학사'를 설립해 연구 활동을 확대하고 연구지원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 이 전 회장과 이우성 교수의 호를 딴 '모하 실학논문상'과 '벽사 학술상'을 제정했으며 학술회의 개최와 번역지원 사업 등도 펴기로 했다.
1990년 이 교수의 개인 사무실에서 제자 몇몇이 모여 공동연구를 위한 사랑방 모임으로 시작한 실시학사는 현재 현역 교수와 박사과정 대학원생 등 회원이 30∼40여명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은 기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실시학사 쪽에 신신당부했으며, 재단설립 때도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끝까지 고사하다 마지못해 평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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