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막이 오르면 서커스단의 맹수 조련사가 등장한다. 관객에게 호랑이와 곰, 원숭이, 낙타를 소개하던 조련사는 "가장 거칠고도 아름다운 영혼이 깃들지 않은 짐승"이라며 뱀을 소개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세상에 짓밟힌 뒤 뱀처럼 사람들의 목을 휘감으며 파괴자로 변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Luluㆍ전3막)'를 국내 초연한다.
베데킨트의 희곡 '대지의 정령'과 '판도라의 상자'를 토대로 만들어진 '룰루'는 여주인공 룰루에게 투사된 사람들의 욕망과 에로스를 그리며 성(性)을 적대시하는 중산층 계급의 위선적 도덕관을 비판하고 있다.
원작은 발표 당시 "퇴폐적인 범죄 행위" "죄악의 미화"라는 혹평에 시달리며 폐기 판정을 받았고 베데킨트는 음란물 유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룰루'는 베르크의 미완성 오페라로 그가 숨진 뒤 작곡가 프리드리히 체르하에 의해 완성됐다. 베르크는 이 오페라에서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멜로디를 통해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했다.
룰루 역에는 소프라노 박은주, 게슈비츠 백작부인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우테 되링, 화가 역에는 테너 김기찬, 알바 역에는 테너 김석철, 쇤 박사 역에는 바리톤 새뮤얼 윤, 조련사 역에는 베이스 손혜수 등이 출연한다.
연출은 크리스티나 부스, 반주는 TIMF앙상블, 지휘는 프랑크 크라머가 맡는다.
공연은 오는 25∼2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티켓은 1만∼15만 원이며 문의는 ☎02-586-5282.
<기사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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