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역사적인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막한 11일 경찰의 경호∙경비 태세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행사기간 내내 각종 단체의 도심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어 경찰은 회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만일에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 등에 대비해 경찰과 보안요원들은 회의장을 물론, 주변 곳곳에서 순찰을 강화했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는 두 겹으로 펜스가 쳐진 데다 장갑차까지 배치돼 요새를 방불케 했다. 코엑스를 둘러싼 영동대로와 테헤란로, 봉은사로에는 시위 대비용 ‘녹색 펜스’가 설치됐다.
그 안쪽에는 또 하나의 펜스인 2m 높이의 방호벽이 설치됐다. 1.2km가량 회의장을 직접 에워싸고 있는 이 벽은 차량폭탄 테러 등을 막기 위한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다.
무역센터 단지 입주업체 상당수는 이날부터 임시 휴무에 들어갔고, 삼엄한 경비로 일반인의 발길이 거의 끊긴 탓에 코엑스 지하상가는 커피전문점과 빵집 등 몇몇 가게를 제외하고 문을 닫았다.
코엑스에 투입된 경찰병력도 대폭 늘어났다. 경찰 병력 3개 중대 200여명이 배치됐고 소방대원들도 비상 대기했다. 삼성역 등 인근 지하철역에는 출구마다 경찰관이 10여명씩 배치돼 지하철을 이용한 기습시위에 대비에 주력했다.
이같이 경비를 강화한 경찰은 시위진압용 장비를 총동원해 대규모 시위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한편, 기습∙불법∙폭력 시위자는 현장에서 곧바로 검거했다.
실제 이날 행사장인 코엑스 인근에서는 1인 시위가 잇따라 벌어졌지만 대부분 경호구역 밖으로 쫓겨났다.
오전 9시30분께 코엑스 동문 앞에서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이동 조치됐다. 이어 1시간 뒤 김모(38∙여)씨가 몸에 시너를 뿌리려다 현장에 있던 경호요원에게 제지돼 강남경찰서로 연행됐다.
20여분 뒤에는 같은 장소에서 한 백인 남자가 ‘recession is the medicine’(불황이 약이다)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경찰에 둘러싸여 경호안전구역 밖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평화시위는 보장하나 기습∙불법시위에는 엄중히 대처한다’는 기본방침을 이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관계자는 “이런 시위는 행사에 방해가 될 염려가 있어 경호안전특별법에 의해 경호안전구역 밖으로 이동 조치하고 있다. 모든 주의주장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특히 도심 대규모 집회에서는 시위진압용 장비를 총동원해 철통 경비태세를 유지했다. 반G20단체인 ‘G20대응 민중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이어서 남영삼거리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에 경찰은 이 주변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고 27개 중대 2600여명을 배치하고 물포, 캡사이신 분사기, 차벽트럭, 다목적 조명차량, 고성능 방송차량 등 시위진압용 장비도 총동원했다. 남영역 삼거리와 G20 정상회의 첫 공식일정인 환영만찬이 열리는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간의 거리는 단지 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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