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위나라를 세운 조조(曺操)의 셋째 아들 조식(曺植.192-232)이 지은 칠보시(七步詩)다.
조조의 맏아들로 그의 뒤를 이어 위나라 황제가 된 조비(曹丕)는 후계싸움을 벌였던 친동생 조식을 해치기 위해 그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지으라고 명령했다. 이때 조식이 지은 시가 바로 칠보시다. 조비는 동생의 시에 감동해 동생을 해치려고 했던 마음을 돌이킨다.
천부적인 문학적 재능과 총명함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정치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불우한 삶을 살다간 조식.
조식의 저서 조자건집(曺子建集. 소명출판 펴냄)이 국내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시(詩) 109수를 비롯해 부(賦) 54편, 산문(散文) 155편 등 총 318편의 작품이 실려 있으며 주석을 상세하게 달아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역자인 이치수 경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내에서 조자건집이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조식은 아버지와 형보다 더 큰 문학적 성취를 이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조조, 조비, 조식은 모두 글재주가 뛰어나 삼조(三曺)로 불렸다.
"조식은 뛰어난 문재(文才)로 조조의 사랑을 받았지만 조조가 죽고 조비가 황제가 된 뒤에는 불우한 삶을 살았어요. 그런데 이런 그의 삶이 오히려 문학 세계를 넓혀준 밑거름이 됐습니다. 친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핍박을 받는 것을 보면서도 도와주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 등 그의 작품에는 인간적인 면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지인들이 정치적 핍박을 받는 것을 보며 괴로워했던 조식의 심경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들판의 참새'가 있다.
"높은 나무에 슬픈 바람 많이 불고/ 바닷물은 파도를 드날린다/ 날카로운 칼 내 손에 없으니/ 친구를 사귐이 어찌 꼭 많아야 할 것인가/ 보지 못했는가, 울타리의 참새가/ 새매 보고 피하려다 그물에 뛰어드는 것을/ 그물 친 사람은 참새 잡아 기뻐하나/ 소년은 참새 보고 슬퍼한다…."
이 교수와 함께 조자건집을 번역한 박세욱 경북대 강사도 "그의 작품에선 인간적인 진정성이 느껴진다"면서 "자식들이 죽었을 때 슬픔에 못 이겨 지은 시를 읽어보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에서 삼국지의 인기가 높은데 조자건집은 삼국지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일반 독자에게 보다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조식의 작품 가운데 대중성 있는 작품을 뽑아서 선집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765쪽. 4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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