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 오찬 준비한 조선호텔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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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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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오전부터 모여 열띤 회의를 벌인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회담장 인근에서 웨스틴조선호텔 조형학(45) 총주방장을 만났다.

이날 정상 오찬을 마련한 그는 흰색 조리복 차림에 한 손에는 주방장 모자를 든 채였다. 정상들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온종일 굶었지만 표정은 밝고 편안했다.

그는 "지금은 끝났으니까 그렇지 3일 전부터 긴장했다"며 "행사가 끝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으니까 한 직원이 '이제 웃으시네'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의 콘셉트는 '한국에서 나는 좋은 식재료의 맛을 살린 단출한 서양 요리'였다.

좋은 요리는 화려하게 꾸민 것이 아니라 좋은 재료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다 회의 도중 먹는 음식인 만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 더해진 것.

샐러드와 수프, 메인 요리, 디저트 등 4개 코스로 마련한 오찬은 서양식이었지만 한국 식재료를 최대한 많이 썼다.

바닷가재 샐러드에는 깻잎과 치커리 등 쌈 채소를 사용했고, 디저트는 제철 과일인 사과를 이용해 애플 시나몬 케이크로 준비했다. 메인 요리는 한우 스테이크로, 고기를 써는 시간을 줄이도록 3등분 해서 냈다.

고기를 원치 않는 정상을 위해서는 씹는 맛이 좋은 다도해산 줄돔 요리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소 라자냐도 함께 준비했다.

조 총주방장은 "철갑상어알이나 송로버섯 같은 고급 재료 대신 한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최대한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요리했다"며 "한국의 좋은 식재료로 훌륭한 양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총주방장은 이날 32명의 요리사와 함께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를 포함해 배석한 장ㆍ차관과 수행원 등 모두 135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대부분 접시가 비워져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하긴 했지만, 회의가 예정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시간에 맞춰 준비했던 샐러드가 숨이 죽어버리는 작은 '불상사(?)'도 있었다.

조 총주방장은 "샐러드를 모두 새로 만드느라 소리 지르며 요리사들을 재촉하고 화도 많이 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91년부터 웨스틴조선에서 일한 조 총주방장은 2000년 서울에서 열린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과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왔다.

두 달 전부터 준비해 온 행사를 마친 조 총주방장은 이날 함께 한 100명에 가까운 직원과 삼겹살 회식을 하러 간다며 자리를 떴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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