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지난 11~12일 서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국 등 신훙국들이 글로벌 경제 지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해 환율·금융규제 개혁·금융안정망 구축·저개발국 지원 등의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거둔 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는 한편,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주경제신문이 마련한 'G20 서울 정상회의 및 코리아 이니셔티브 심층진단'에 참여한 4명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종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정부는 물론 국가 전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 등 굵직한 이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리더십과 조율 능력이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한국이 글로벌 어젠다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신흥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선진국과의 중재자 역할도 무난하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이 주요 의제로 제기한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과 개발의제 등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도 신흥국뿐 아니라 선진국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과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제도 개선을 이룬 것은 상당한 성과"라며 "내년 프랑스 정상회의에서도 계속 논의할 예정으로 추가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총재보는 "개발의제는 G20이 정당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다뤄야 할 내용"이라며 "특히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흥국 경제를 성장시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분쟁 해결, 금융규제 개혁 등은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붙는 사안들로 최종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섬세한 조율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상임위원은 "일반 SIFI(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보다 글로벌 SIF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지만 가이드라인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중국 등 신흥국 금융회사에 적용할 경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20 정상회의 개최로 높아진 국가 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G20을 통해 한국 등 신흥국들의 의견이 글로벌 경제 운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세계사적인 변화"라며 "다만 이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변화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며 "관련 부서의 인원을 늘리고 외부 전문가도 적극 영입하는 등 글로벌 협상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