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자유무역권 실현을 위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14일 폐막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핫 이슈인 환율 문제를 놓고 격돌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밀려 열기가 식은데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의 갈등으로 경제통합, 성장전략 등의 핵심 의제에 대한 주목할만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미국은 경제 영향력 저하로, 의장국인 일본은 중국 러시아와의 영토 갈등에 발목이 잡혀 회원국을 설득해 의제를 밀어붙이는 돌파력과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
성장전략의 수치 목표 설정에 실패했고, 작년 싱가포르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자유무역권을 APEC 전체로 넓혀 지역경제 통합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만 경제 통합의 경우 미국 주도로 움직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일본의 가세로 탄력을 받게 됐다.
◇ 아태 자유무역권 TPP 부상 = TPP는 작년 11월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기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원칙적으로 농산물을 포함해 모든 상품의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높은 단계의 자유무역협정(FTA)인 TPP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을 회원으로 2006년 발효됐다.
여기에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가세하기로 했고 작년 11월 APEC 정상회의 직전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돌연 참여를 발표해 힘을 받기 시작하더니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일본도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이명박 대통령이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TPP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태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TPP 참여를 결정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목표인 수출을 부양하고 회원국을 통상으로 묶어 아태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자는 목적이다.
일본 역시 한국 등에 뒤진 자유무역협정(FTA)의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고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일본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농업의 붕괴 우려를 이유로 집권당인 민주당내에서도 반대가 강력한데다 야당과 농민단체들이 반기를 들고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한중일'을 축으로 역내 경제 제휴를 제창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미국.일본이 TPP를 들고나오면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중국은 자국 산업 등의 보호를 위해 완전한 관세철폐를 목표로 하는 TPP에 부정적이다.
이에따라 역내 경제 주도권을 놓고 APEC 내에서의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어느 쪽의 손도 들지않고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의 실현을 위해 TPP, 아세안+한중일, 아세안+6(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에 기반해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데만 합의했다.
◇성장전략 수치목표 무산 =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지역경제통합과 함께 성장전략 제시도 핵심 테마였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 쇼크로 세계경제가 극도의 침체에 빠지자 작년 APEC 정상회의에서 역내 성장전략을 채택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성장전략은 '선언'적 수준에 그쳤을 뿐 일본과 미국이 추진했던 수치목표 부과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경제불균형 해소를 위한 '균형있는 성장', 중소기업.여성 등을 배려한 '보편적인 성장', 친환경 그린 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 정보기술(IT)과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혁신적 성장', 식품안전 테러대책 전염병 대책 등을 담보한 '안전한 성장' 등 5개항의 성장전략을 제시했지만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성장전략을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이 없었다.
구체적인 수치 달성 목표를 제시할 경우 정책이 구속받을 수 있다며 중국 등 신흥국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환경과 노동, 복지, 보건 등에 대한 수치목표 제시와 이의 이행은 시장 확대를 노린 선진국 논리일 뿐 신흥국들은 따르기가 벅차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2015년까지 APEC 고위관리회의가 이행성과를 매년 점검하고 그 결과를 2015년 정상회의에 보고하며, 2015년 회의에서 성장전략의 추진방향을 검토하기로 한다'는 구속력이 없는 어중간한 선에서 타협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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