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미친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열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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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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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끝으로 10일간의 아시아 4개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4개국을 돌면서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세일즈 외교에 치중하는 한편, 순방국들과의 외교안보 협력관계 증진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고속성장세를 거듭 중인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재개입(reengagement)' 정책을 통해 아.태지역내 미국의 위상강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미국내 실업률 해소로 이어질 수 있는 아시아 수출시장 개척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기간인 지난주 아시아에는 미국의 국무장관, 재무장관, 국방장관이 모두 머무르고 있었다"며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 아시아 중시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도닐런 보좌관은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에 눈을 돌린 이유는 침체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아시아 시장만큼 중요한 곳이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첫 방문국인 인도에서 거둔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성과는 크게 부각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흥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중인 인도와 총 100억달러에 달하는 20개의 무역거래를 성사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내 일자리를 최대 5만4천개까지 창출할 수 있는 규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가 희망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혀 인도에 '정치적 반대급부'를 선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서남아 최대의 경제국가로 미국의 수출진흥을 위한 떠오르는 시장이 됐다"고 강조하면서 양국간 에너지 분야 협력강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수행 중인 백악관 관리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와 안보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순방의 전반기에 해당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일궈낸 성과는 한국 방문을 거치면서 완전히 빛을 바랬다는 인색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말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9%대를 넘는 고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5년내 수출 2배 늘리기'를 목표로 내걸었으며, 한미FTA를 이런 일자리 창출 효과를 상징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자리매김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10일 방한 전에 어떻게든 한미FTA의 미해결 쟁점을 타결하고,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그 성과를 발표하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결국 자동차와 쇠고기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표만을 하기 위한 합의는 하지 않는 게 낫다"며 합의시한을 고집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고 합의의 '질(質)'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톰 도닐런 보좌관 등도 잇따라 "미국 의회의 비준동의 확률을 높여줄 제대로 된 합의도출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한미FTA 합의에 실패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좌절(setback)'을 안겨줬다"고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외교' 실패를 부각시켰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11.2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뒤 한미FTA로 상징되는 경제외교에서도 큰 '실점'을 하는 등 잇따라 '원 투 펀치'를 얻어맞았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중국 위안화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절상 압박을 가하는 내용이 담기지 못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타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밤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G20 참가국 정상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으나, 이틀 뒤 발표된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은 '환율시장 결정에 따르는 환율제도를 지향한다'는 밋밋한 내용을 담는 데 그치고 만 것이다.

이는 결국 나머지 G20 정상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들이 경쟁적으로 오바마에게 환심을 사려했지만, 이번에는 누구 하나 오바마를 도우려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영향력 약화를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오바마 대통령은 요코하마에서 유년시절 모친과 함께 구경했다는 가마쿠라의 청동대불을 관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중간선거 참패와 경제외교 실패로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이 '불심(佛心)'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시간이 되었는지는 귀국후 그의 행보를 통해 지켜볼 일이다.

/연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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