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 선언'을 끝으로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가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도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각국이 통화 절하 경쟁을 자제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이번 회의의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공방에서 비롯된 글로벌 환율전쟁은 회의 직전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달러화 약세 기조 강화로 격화될 대로 격화됐다.
반면 환율문제 등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도출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달 말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등이 제안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수치는 예상대로 서울 선언문에서 빠졌다. 미국은 경상수지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4%로 제한하자고 주장해왔지만 무역흑자국인 중국ㆍ독일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내년 프랑스 정상회의로 미룬 데서 위안화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될 조짐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대표 주자를 자처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구조가 세계 경제에 이익이 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은 결국 'G20이 전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G20 체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로버트 웨이드 영국 런던정경대(LSE) 정치경제학 교수(사진)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는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아주경제신문은 14일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개발과정과 경제성장, 세계화와 관련한 지역간 불평등 문제 등에 천착해온 그와 이메일을 통해 대담을 나눴다.
웨이드 교수는 G20이 주로 논의하고 있는 환율이나 교역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G20의 취약한 정통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2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G20에서 배제된 172개국이 보기에 G20은 명실상부한 글로벌경제협의체(GECㆍGlobal Economic Council)로서의 정통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G20이 세계 경제의 현안을 다룰 수 있는 권한은 물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희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웨이드 교수는 G20 체제의 이같은 취약성은 선천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1999년 선진 7개국(G7)에 유럽연합(EU)과 12개국을 추가하기로 합의한 주요국들은 2008년 첫 정상회의를 통해 G20 체제를 출범시켰는데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위기재발 방지 차원에서 구성된 임시 협의체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G7 체제를 주도했던 미국과 독일은 인구와 GDP 비중 등을 고려해 스페인과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북유럽 국가 등을 배제하고 (자원 확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아르헨티나와 호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G20에 포함시켰다"며 "양국은 G20 멤버십을 영구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진입로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웨이드 교수는 "G7이 인구와 GDP 등을 감안해 새로운 국가들을 편입시키며 스스로를 G20으로 불렸지만 G20 회원국 선정기준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남미 대륙에서는 아르헨티나가 G20에 포함됐지만 인구가 더 많은 콜롬비아는 G20에서 배제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인구가 훨씬 많은 나이지리아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G20 진출권을 따냈다.
지역간 불균형도 문제로 꼽혔다. 웨이드 교수는 "G20 내에는 EU 회원국 대표가 지나치게 많다"며 "G20이 'GEC'로서 기능하려면 EU 역내 대표 국가수를 줄이는 대신 아시아를 비롯한 나머지 지역의 대표 국가를 늘리는 게 이치에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EU는 G20 회의 석상에서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와 EU 의장국 등이 의석 5개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G20 의석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머잖아 EU의 의석은 7개로 늘어날 수 있다"며 "우습게도 EU와 미국의 의석이 7대 1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G20이 세계 경제의 최상위 협의체인 'GEC'로서 대표성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웨이드 교수는 우선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총회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들을 G20의 당연직 멤버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G20 체제를 유엔처럼 상임-비상임 회원국 체제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일반 회원국 외에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이나 아프리카연합(AU), 유럽연합(EU) 등 각 지역의 정치ㆍ경제협의체를 비상임 순회 멤버에 포함시켜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이드 교수는 G20 상임 회원국의 자격요건도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GDP나 인구, 교역규모 등 뚜렷한 기준을 세워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G20 체제에 자동적으로 진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기준 4가지를 제시했다.
웨이드 교수는 대표성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세계 인구 대비 비중 상위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은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다. 이 때 기준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GDP다.
그는 2008년 수치로 볼 때, 인구 비중과 GDP 비중 기준을 2% 이상으로 잡으면 16개국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전했다. 기존 G20 국가 가운데는 아르헨티나, 호주,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남아공, 터키가 빠지고 방글라데시와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스페인이 새로 편입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웨이드 교수는 세계 경제 협의체에는 어떤 지역도 배제되지 않도록 전 세계 모든 지역의 대표 국가를 포함시키돼 회원국간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회원국 수는 적당한 선에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GEC의 의석수는 인구와 GDP 기준으로 꼽은 16개국, 5개 대륙 대표 국가,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총회 의장 등 모두 23석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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