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2일 오후. 도대체 이유를 알수 없다는 듯 한 친구가 갑자기 메신저를 날려왔다.
G20 서울회의의 순기능만이 부각된 탓에 이 행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일부 시민들과 사회단체의 입장은 일반인들에게 잘 소개가 되지 않았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G20같은 대형 국제회의를 달가워 하지 않는 이유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몇칠 장사를 접어야 하는 노점상들에게 G20 회의는 생계가 걸린 문제다. 또한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회의 반대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G20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정서는 '선진국들만의 잔치'에 대한 거부감이다. 선진국 모임인 G7이나 G8, 다보스포럼에 반대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G20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포함돼 있지만 강대국 이기주의가 횡횡하는 분위기 속에 개도국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회의에서도 목소리를 높인 나라들은 역시 강대국뿐이었다.
지난주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한국센터는 기자회견을 열어 G20에 경제협력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 기자가 미국의 달러남발에 따른 개도국의 피해에 대해 묻자 주관측 관계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G20 정상들이 논의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G20이라는 '집단' 뒤에 어른거리는 미국의 이기심이 느겨졌다.
G20 결과도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다. 각국 정상들은 경상수지 불균형 해소 방안에 대해 내년 6월까지란 일정만 정했을뿐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환율 문제 역시 지난번 경주 회의 수준에서 별 진전을 못봤다.
정상회의는 민감한 분야에 대해 충돌을 피한채 허울뿐인 협력만을 다짐하고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 내년에도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간 환율분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개도국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주고 홍보효과만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요란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가 실제로는 선진국들이 뛰어 놀 멍석만 깔아준 게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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