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2.0%포인트 하락한 4.2%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올해 예상성장률 6.2%는 지난해 0.2% 수준에 그쳤던 기저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사실상 내년 성장궤도가 정상으로 복귀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KDI는 여전히 아일랜드 발 재정위기 사태에서 보듯이 대외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어 언제 어디서 위기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롤러코스터 성장서 내년 정상궤도 복귀
KDI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4.2%로 내다본 것은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때의 불황을 이겨내고 본격적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했다는 뜻이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본·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국민총생산(GNP)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따라서 한 국가의 성장잠재력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경제상황이 잠재성장률까지 근접했다는 것은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08년 말 미국 발 금융위기를 겪은 뒤 지난해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을 피했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궤도를 걸어왔다.
다행히 세계 각국의 공조와 수출 회복에 힘입어 올해 6%를 웃도는 성장률이 예견되는 등 유례없는 롤러코스터 성장에 노출돼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 18일 역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내년 우리나라의 GDP 증가율이 4.3%를 기록할 것으로 예견했다.
◇대외 불안요인 산적
우리 경제가 이처럼 정상적인 경제구도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배경은 내년 이후에도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제 때문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발표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은 4.2%로 올해 4.8%보다는 다소 낮긴 하지만 비교적 건실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OECD 역시 내년 세계 경제가 신흥국의 성장세 지속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4.2%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점쳤다.
그럼에도 KDI가 우려하는 것은 환율분쟁으로 야기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경우 수출 중심으로 돼 있는 우리 경제구조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내년 프랑스 칸 회의 때까지 IMF의 예시적 경상수지 가이드라인과 이행을 위한 합의 시한을 정하기로 했지만, 전 세계에 풀려 있는 막대한 유동성 등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의 괴리가 큰 상태에서 각국의 공조 여부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KDI 관계자는 대규모 외자유입 흐름과 관련, "외환정책을 시장결정적으로 운용함과 동시에 자본 유출입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아일랜드 발 구제금융 소식에서 알 수 있듯이 대외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어 글로벌 경제성장에도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KDI는 적시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강화·금리 정상화 시급
KDI가 이같은 경제인식을 바탕으로 강조하는 것은 국내 경제의 체질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어놓은 풍부한 유동성이 물가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내년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DI가 올해 근원물가 전망치로 제시한 1.8%와 비교해 내년에는 무려 0.9%포인트나 높아지는 셈이다.
내년 실질실효환율이 올해처럼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한다 해도 국제유가가 10%나 상승한 배럴당 80 달러대로 올라설 경우 총수요 압력이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소비자물가 역시 올해 2.9%에서 내년에는 OECD의 전망처럼 비로소 3%대(3.2%)에 진입할 전망이다.
KDI 관계자는 "전체 세출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과 함께 저금리기조 장기화에 대한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며 "이는 대외 불안요인이 표면화될 경우 동원해야 할 통화정책의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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