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 中 현대판 신분제도- 후커우 제도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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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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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16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는 2012년까지 도시와 농촌 간 후커우 간 차별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선 지난 9월에는 충칭(重慶)시가 후커우 제도에 대한 대규모 개혁에 착수해 2012년까지 농촌 후커우 보유자에게도 도시 후커우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요.

이처럼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추구하는 ‘포용성 성장’과 맞물려 ‘후커우’ 제도 개혁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바로 중국의 ‘후커우(戶口·호적)’제도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후커우’란 쉽게 말해 ‘영주권’입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다른 나라로 이주해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한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정식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의 허가를 거쳐 후커우를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죠.

후커우를 발급받으면 해당 지방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부모의 후커우는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 돼 후커우 제도는 ‘현대판 신분제’라고도 불리지요.

중국은 이를 통해 주민의 거주지 이전의 자유를 엄격히 통제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농민이 도시로 유입되는 것을 엄격히 방지해 일부 도시의 발전을 급격히 추진한 것이지요.

그러나 개혁개방 실시 이후 후커우 제도에 갖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농촌이 점차 중국의 고속경제 발전에서 소외되면서 후커우 제도는 도농 격차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지요. 베이징·상하이 등과 같은 대도시는 경제성장을 통해 이룬 엄청난 부를 주민에게 복리혜택으로 제공한 반면, 가난한 농촌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농촌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대거 도시로 유입되면서 도시 호커우가 없는 농촌 출신들은 도시에는 살고 있지만 다른 도시민들과 똑 같은 복리혜택을 누릴 수 없어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로 인해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의 막노동자) 범죄율이 치솟는 등 사회 불안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톈진·항저우·충칭 등 일부 도시에서는 심지어 해당 도시 주택을 구입하면 후커우를 준다고 선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돈으로 신분을 사고 판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지요.

이에 따라 중국 사회에서는 후커우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 실질 거주지에 따라 후커우를 발급, 도시에 유입된 농촌 주민과 그들의 자녀에게도 도시인과 동등한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농촌 출신들에게 도시 후커우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충칭 시 연구에 따르면 농민 300만명에게 도시·취업·노후보험·의료 등에서 도시 주민과 동등한 복리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총 2010억 위안(한화 약 34조17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향후 단계별로 후커우 제도를 개혁해 나갈 방침입니다. 지난 연말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대도시 수용능력에 한계가 있으니, 농민공의 중소도시 호구 전환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최근 중국 정부가 중소도시 육성에 주력하는 것도 중국 후커우 제도 개혁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점진적인 후커우 제도 개혁을 통해 농촌 주민도 도시 주민과 동등한 복지 혜택을 누리게 되면 중국의 내수시장이 더욱 확대돼 중국의 향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실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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