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민지 기자) 국제사회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대대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24일 북한의 도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확고히 하고 천안함 사태 이후 궁지에 몰린 북한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김정은 후계체제 확립
일본의 저명한 군사 전문가인 오가와 가즈히사는 "북한은 민간인이 살고 있는 지역을 노리고 포격했다"며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기 위해 들판이나 산속이 아닌 주거지를 공격 대상으로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포격의 목적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는 2012년 전에 김정은 후계체제를 본 궤도에 올리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강한 지도자를 추구하는 북한 군부가 김정은에 대한 지지 확립을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가와는 또 "최근 북한에서 핵무기 개발로 의심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의 존재가 확인된 점으로 미뤄 대외적으로 핵개발 사실을 과시해 미국을 6자회담 테이블로 불러들이려는 의도도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美 의식한 '고도의 벼랑끝 전술'
북한 정보지 '리얼 리포트'의 변진일 편집장은 "이번 포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포격 대상이 된 대연평도는 서해상의 군사경계선에서 가장 가깝고 최근까지도 북한과의 교전이 반복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교전이 있었고 이에 대해 북한은 보복을 선언했었다"며 "서해상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국군의 군사연습을 그냥 지나치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벼랑끝에 몰린 북한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력행사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여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이뤄내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권 하에서 지금까지 6자회담이 한번도 열리지 않았고 지난 3월에는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변 편집장은 "이번 사태는 후계체제 이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적 궁핍과 외교적 고립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감행한 도발"이라고 덧붙였다.
◇"韓·日 냉정하게 대응해야"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기자는 "북한의 페이스에 한국과 일본이 말려들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소규모 냉전시대가 열릴 수 있다"며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서해는 중국이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노리고 있는 곳"이라며 "한국과 미국, 북한의 갈등이 깊어지면 중국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자금도 국제적인 신용도 없는 김정일 정권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져 후계체제를 확립하는 데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시마루 기자는 "한국과 일본은 강경한 여론에 휩쓸려 북한과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된다"며 "양국이 서로 협조하며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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