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영화 왜?] '쩨쩨한 로맨스'…올해 마지막 흥행 폭풍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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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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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이 영화가 내세울 새로운 키워드는 사실 하나도 없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어디에서나 봤음직한 20대 남녀의 사랑 놀음이다. 그동안 숱하게 반복돼온 뼈대다. 하지만 그 뼈대를 두툼하게 감싼 살덩어리가 기대 이상으로 찰지고 튼실하다. 입에 붙는 맛까지 달착지근해 침까지 고인다. 영화 ‘쩨쩨한 로맨스’가 딱 그렇다.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정이입’에 있다. 사랑 얘기는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다. 또한 참신함이 결여된 워낙 흔해 빠진 얘기라 자칫 ‘지루함’으로 차선 이탈될 우려도 크다.

   
 
 


‘쩨쩨한’은 이 같은 우려를 캐릭터의 쫀득함과 짭짤한 대사로 밀어낸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내 뱉는 대사가 연신 자연산 활어처럼 펄떡이기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성인만화가 정배를 연기한 이선균과 섹스칼럼니스트 다림역의 최강희는 이제껏 영화에서 그리는 연인 사이의 ‘말랑한’ 그것을 벗어난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그려낸다. 특히 이들이 주고받는 이른바 ‘19금’ 대사는 밀고 당기기의 묘미이자 이 영화의 필살기다.

   
 
 


성인 만화 공모전 준비를 위해 “내가 아는 남자들은 다 이만하던데” “풍만한 가슴은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거든”라며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의 대사는 귀엽다 못해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에 다림과 정배가 벌이는 ‘체위신’은 보는 이들의 박장대소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대사에 생기를 불어 넣은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이다. 드라마 ‘파스타’를 통해 ‘버럭 선균’이란 애칭을 받은 이선균의 ‘뒤끝 작렬’은 오히려 깔끔하다. 무뚝뚝하지만 가슴 한구석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특유의 까칠함으로 가린 채 ‘버럭’대는 모습이 그가 아니면 안 될 것이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을 통해 스크린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최강희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움은 아마 그가 앞으로 쌓아 갈 필모그래피 중 단연 최고라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장 큰 수확이라면 정배의 친구 ‘해룡’으로 출연한 오정세의 발견이다. 이른바 ‘찌질이’ 캐릭터를 빙의 수준으로까지 끌어낸 그의 존재감은 관객들의 오장육부를 주무르며 ‘배꼽 탈출’을 이끈다. 특히 정배와 다림이 뜨거운 만남(?)을 가질 것이라 상상하는 장면에서 내뱉은 대사 한마디는 그에게 ‘미친 존재감’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밖에 영화 중간 중간 애니메이션을 삽입해 정배와 다림의 심리를 전달한 장면 역시 영화 보는 맛과 완성도를 더한다.

다만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전체적인 틀은 보이지 않는 흠정도로 지적하고 싶다. 또한 일부 배우에게 무게감이 쏠리는 감도 적지 않다. 전체적인 균형감에서 조금은 아쉬운 면이 남는다.

그러나 맛깔난 연기와 대사 ‘작렬’ 만으로도 이 틈은 충분히 매워지고도 남는다. 다음달 2일 개봉.

kimjb5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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