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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평도민 "60년만에 두번 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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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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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연평도민 "60년만에 두번 피란"

(아주경제 이지현 기자) “70년 살아왔던 생활터전이 다 날아가 버렸어요.”
 
26일 오후 6시40분 인천 중구의 실내워터파크 인스파월드.

5층 짜리 건물 밖에는 경찰 두어명과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임시 응급의료소가 눈에 띄었다.

찜질방으로 쓰이는 2층에는 20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3층의 남·여 사우나탕 등은 한산했다. 모든 시설은 일반 손님들에게도 개방하지만 연평도민은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불편 한 거 없어요. 여기서 잘해줘요.” 말을 아끼며 미소짓던 할머니는 이내 눈물을 훔쳤다. 옆에 있던 할머니가 말을 거들었다. “처참하지. 내 집 같겠어. 뭘 물어봐….”

이들은 대부분 2층 내부의 식당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식사로 세 끼로 해결하고 남은 시간에는 TV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급하게 섬을 빠져나오느라 옷가지를 준비하지 못해 외출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였다.
 
찜질방에서 묵고 있기 때문에 화장실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는듯 했으나 집을 떠났다는 불편함은 적지 않아 보였다.

한 70대 노인은 “연평도에서 살던 대부분의 노인이 1.4후퇴 때 황해도 등지에서 정부의 주도로 피란 온 사람들이다”라며 “이런 피란을 살면서 두 번씩 겪으니 기가 막힌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여기 노인들이 짧게는 5~60년, 길게는 70년 연평도에서 농사짓고 생활 터전을 다 일군 사람들이다. 그 생활터전이 이젠 다 날아가버렸다"고 말했다.

한 60대 노인은 "문 여닫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며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평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길도 모르고 답답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연평도가 노인들 살기에는 좋지. 공기도 맑고"라고 답했다.
 
한 80대 노인은 “남편이 몸을 못 움직여 나올 생각이 없었다”며 “하도 대피하라고 방송에서 얘기해 묵주 하나만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언론의 잇단 인터뷰 요청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인터뷰 요청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손사래를 저었다.
 
A씨는 “배에서 내려 땅을 밝는 순간 이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고립된 생활로 더 마음이 힘들다. 악몽이 어디 쉽게 잊혀지냐. 여기 분들 충격이 심하니 질문하지 마라”고 말했다.

오후 9시 30분경 주민들은 익명의 단체에서 후원한 떡과 통닭 등을 배급받았다.
 
대한적십자사 인천 광역지사회 동부지구와 옹진군 자원봉사센터 등지에서 온 봉사자들 50여명이 식사 배급 등을 돕고 있었다. 옹진군에서 파견한 봉사자들 10여명에게는 식비와 교통비 등 실비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jl918@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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