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이 이름들은 ‘소설의 원형’이라 불리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1605년작 소설 ‘돈키호테’의 주요 캐릭터들이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인들을 웃고 울린 이 작품은 찰스 디킨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등 19,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고전이 된 지금까지도 돈키호테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제 돈키호테가 연극으로 만난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레, 뮤지컬, 영화 등으로 소개 됐지만 소설 돈키호테를 원전으로 만든 빅토리앵 사르두의 희곡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부터 내년 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르두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극작가로 9세기 후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가 쓴 희곡 돈키호테는 1874년 세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사르두의 희곡 돈키호테는 묘한 사각관계에 빠진 네 남녀가 돈키호테 일행과 우연히 마주치면서 해결점을 찾게 된다. 마치 한 편의 압축된 돈키호테를 읽는 것 같이 긴박하고 흥미롭다. 사르두의 돈키호테는 원작에 충실하다. 줄거리 전개가 교묘하고 화려한 무대기법들이 돋보인다.
이번 무대는 사르두의 희곡을 연출가 양정웅이 새롭게 각색했다. 고전의 재해석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그는 이미 입센의 ‘페르귄트’를 통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해 역량을 인증 받았다. 그는 3시간이 넘는 원작을 2시간으로 압축하고 간간히 나오는 스페인식 화법도 국내 관객을 위해 윤색했다.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돈키호테의 대사처럼 극의 엔딩을 집으로 돌아온다는 원작의 설정과 달리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새롭게 바꿨다.
한편 돈키호테의 무대디자인은 국립오페라단 무대미술감독을 역임한 임일진 디자이너가 맡았다. 10년 넘게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유럽작품들을 경험했다. 이미 ‘라보엠’ ‘투란도트’등 오페라와 무용극 ‘춘향’, 연극 ‘벚꽃동산’ 등 여러 장르에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여기에 프랑스 국립극단 코메디 프랑세즈와 작업한 김영지 디자이너가 17세기 스페인풍 의상을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이 작품은 김은정 작곡가가 음악을 담당하고 한정림 음악감독이 연주와 노래를 쌍두지휘한다. 안무는 댄스씨어터 까두의 박호빈 대표가, 무술지도는 한지빈이 맡았다.
이번 돈키호테에는 진지한 내면연기가 돋보이는 내공의 배우 이순재가 출연한다. 1971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시라노 드 베르쥬락’에서 주인공 시라노로 열연한 바 있는 그가 40년이 지난 지금 ‘돈키호테’의 타이틀 롤을 맡아 같은 무대에 서게 됐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해졌지만 연극무대를 사랑하고 무대에 서기를 희망하는 그이다.
또 다른 돈키호테에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 ‘돌아서서 떠나라’의 공상두 등 뚜렷한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한명구가 캐스팅 됐다. 두 명의 개성 있는 돈키호테 연기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밖에도 특유의 익살연기가 일품인 박용수가 산초를, 정규수가 여관집 주인 오티즈를 맡아 극의 재미를 더한다. 또한 연극,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김영민이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는 카데니오를, 국립극단 출신 한윤춘이 불같은 사랑에 목숨 거는 한량 돈 페르난도를 맡아 열연한다. 이들 주조연들과 젊은 앙상블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화려한 연말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입장료 2만~5만원. 문의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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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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