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늪]과잉 재정·통화 부작용…내년에도 이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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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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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임명찬 기자) 한국의 확장적 경제정책이 한계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지난 2년간 시행했던 공격적 재정·통화정책은 더 이상 힘을 못쓰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물가불안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동성 공급 '경기부양' 효과 ↓ '물가불안' 우려 ↑
 
완화적 경제정책의 약발이 떨어진 것일까. 한국 경제가 올 하반기 들어 숨을 헐떡이고 있다.
 
지난 3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성장률은 0.7%(전기 대비)로, 1분기의 2.1%와 2분기의 1.4%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0월 산업생산도 지난 8월부터 3개월째 하락했으며, 경기선행지수도 10개월 연속 내리막을 탔다. 올 2~3분기만 해도 기준치 100을 훌쩍 넘었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11월 들어서는 92로 꼬꾸라졌다.
 
올 상반기만 해도 '잘 나가던' 한국 경제가 3분기 들어 위축되기 시작한 것은 확장적 경제정책의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경제성장세는 정부의 역할이 컸지만, 올 들어 재정 확대를 멈추자 한국 경제의 엔진도 힘이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부는 2009년 5월까지 120조원의 예산을 조기집행했고, 한은도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까지 낮추는 등 유동성 공급에 힘썼다.
 
과잉공급이 수요를 이끌며 올 상반기까지 경제성장세를 견인했으나, 3분기 들어서는 이같은 효과가 상실됐다.
 
실제로 정부 소비증가율(전기 대비)이 2분기 0.1%에서 3분기 -0.6%로 돌아서자, 3분기 GDP 성장률도 뚝 떨어졌다.

특히 600대 기업의 BSI도 2개월 연속 하락하며 경기하락 여파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4.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 4.0%를 벗어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또 10월 생산자물가가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5.0%(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한 점도 향후 소비자물가를 우려케 한다. 수입물가 역시 환율 하락 여파에도 10월에 8.1% 오르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통화를 계속적으로 풀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지만, 자금이 실물을 외면하고 주식 등 자금시장으로만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마주쳤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요원한 자생력 회복… 내년에도 이어질 것

자동차 엔진의 힘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엔진마력과 휠마력이 있다. 엔진마력은 엔진이 스스로 구동해내는 힘을 의미하며, 휠마력은 이 힘이 얼마만큼 바퀴로 전달돼 높은 구동력을 발휘하느냐를 가리킨다.
 
최근 한국 경제를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 비유다.
 
엔진이 정부부문이라면, 미션 등 중간장치는 민간부문, 바퀴는 실제로 산출되는 경제성장률을 나타낸다.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엔진에 많은 양의 연료를 공급해 바퀴를 굴렸지만 중간장치가 쫓아와주지 못해 결국 바퀴의 힘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정부 관료 및 한은 관계자들이 "정부의 할 일은 다했다" "이제 경제회복은 민간의 몫이다"라는 발언을 한 것도 한국 경제의 중간장치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간부문의 성장세는 아직 요원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소비시장의 경제가 아직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민간소비도 아직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의 투자 및 생산도 올 3분기부터 위축되고 있으며, 경제당국이 공급한 유동성은 예금·주식·단기채권 등 자본시장에 대기성 자금으로 머물러 있다.
 
광의통화(M2)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 2008년 말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해 매월 9~12%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외에서도 한국의 경제성장세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 이하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
 
BOA(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지난 9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6%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 노무라도 최근 전망치를 4.0%에서 3.5%로 내렸다. UBS는 한국의 수출과 내수가 모두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4%를 밑돌면 '침체'로 해석하는 게 가능하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QE2)가 한국 등 아시아 전역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투기세력이 저리자금을 이용해 상품 선물투자에 나설 경우 이같은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물가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이미 3%대 중반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양적 완화가 이번이 끝이 아닐 것으로 전망하는 등 통화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세계 주요 경제국이 내수에 심리를 회복시키지 않는 이상 국채 매입을 통한 통화공급, 이에 따른 물가불안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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