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성공경영] 한국 3세경영, 진나라 15년 천하꼴 우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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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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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과 성공경영] 한국 3세경영, 진나라 15년 천하꼴 우려(2)

(아주경제 박정규 상무) 우리 대기업의 2.5~3세 최고경영자 가운데 7~10년간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3세 경영자들의 경우 상당한 파고와 검증을 거치면서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이제 재계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앳된 총수 후보들에 대한 시선은 그야말로 ‘불안’ 그 자체다.
 
이들 대부분은 선친들처럼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사업을 일으킨 경험이 전무하다. 대구 삼성상회 한 쪽 벽에 종이 판지로 칸막이를 치고 잠을 자며 사업을 일으켰던 이병철 삼성 창업주, 500원짜리 지폐로 선박을 수주한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경험은 이들에게는 전설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신 본인 과실로 인한 이혼 등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실패하고, 해외 부동산투기,민간인 폭행, 공공장소 행패 등 외부에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기업을 키우고 ‘노블리스 오블레주’를 실천해나갈 인물들이 도저히 될 것 같지 않은 3세들이 부지기수다.
 
국내 창업 1세대들은 대체로 자식들이 많아 나름의 재목(材木)에 따라 기업을 분할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2세대들 가운데는 자식을 적게 둔 경우가 많아 최고경영자 재목이 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오너 3세들이 최고경영자 재목으로 부족하다면 미국이나 유럽의 대기업들처럼 창업가문이 이사회를 맡으면서 기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구조가 바람직하겠지만, 우리나라의 기업 풍토는 능력 유무를 떠나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나서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LG그룹, 두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처럼 오너 또는 그 친족의 경영인이 능력 부족으로, 또는 여러 이유로 물의를 일으켜 밀려났다가 복귀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대체적으로 3세 오너 경영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모든 것이 다 갖춰진 환경에서 자라고 유학하고, 낙하산 간부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다보니 말단 현장, 시장의 움직임을 촉수로 파악하는 훈련이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이 현장에서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대안을 찾기 보다는 실무자들이 점검해 올린 보고서를 토대로 종합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익숙해 있다.
 
결국 냉엄한 시장의 한 쪽 귀퉁이부터 둑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채 어이없이 기업을 패망의 나락으로 이끌곤 한다.

오너경영에 따른 위험 부담은 당사자인 창업 가문의 몰락만 가져오는게 아니다. 부실 규모에 따라 한국 기업, 금융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곤 한다.
 
3세 경영자들은 진흙 벌을 맨발로 누비듯, 뼈를 깎는 자세로 겸허하게 현장 수업부터 받아야 하고, 또 현장을 즐겨야 한다.
 
'현장에서 사물의 이치를 간파해 지식을 완전하게 한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교훈(大學)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기업 흥망의 사례들이 현장의 중요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또한 최고경영자가 시장을 꿰뚫는 통찰력과 기업을 키워나갈 리더십을 갖추지 못할 경우 창업 1~2세대가, 그리고 국민들이 애지중지 키워온 기업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
 
통일 진나라의 비애는 정글과 같은 글로벌 경쟁의 현장에서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sky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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