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두 현대가(家)의 싸움이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16일 채권단으로부터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현대차그룹이 입찰규정을 어기고 근거 없는 의혹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지난 29일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현대그룹은 소장에서 "현대차는 '은행계좌에 예금으로 입금된 이상 자기자본이든 대출금이든 그 성격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입찰규정을 잘 알면서도 프랑스 은행에 입금된 1조2천억원의 출처와 성격을 문제 삼아 근거 없는 의혹들을 언론과 정·관계에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또 "이에 채권단이 심리적 압박을 느껴 양해각서(MOU) 체결시기를 2~3일 연기하겠다고 밝히고, 예금 1조2천억원의 출처에 대한 증빙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며 "인수계약을 방해받음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한 일부 청구로 500억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맞고소로 대응했다.
현대차그룹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현대차 임원을 고소한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또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위법과 부당한 업무 수행,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차입금 1조2천억원의 출처 등에 대해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9일 현대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주식매각 MOU를 체결하자 "채권단은 외환은행이 독자적으로 체결한 양해각서를 즉시 원천무효화해야 한다"면서 "외환은행 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검토하겠다"며 소송 제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본건 입찰이 정상궤도를 찾을 때까지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대그룹은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과는 별도로 입찰방해 책임을 묻기 위한 세 번째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나티시스은행에 갖고 있는 1조2천억원 상당 금액이 적법한 대출임을 이미 소명했다면서 "그런데도 현대차그룹이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 출처조사를 요구한 것은 무고죄 및 입찰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에 주식매각 MOU가 체결됐는데도 현대차그룹이 법과 입찰규정을 위배하며 법률적인 이의제기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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