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리들 리 스콧 감독의 SF 명작 '에이리언'(1979)이 대중에 소개된 지 31년만이다.
여성부와 한국일보가 주최한 '세계 여성 리더십 컨퍼런스' 참석차 2박3일 일정으로 29일 방한한 그는 30일 신라호텔에서 한 강연과 대담을 통해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배우에게는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위버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에서 의학 박사 그레이스 어거스틴 역을 맡았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변화까지 담아냈던 '이모션 캡처'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활용된 영화였다.
그는 "이모션 캡쳐 작업을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건 배우의 연기력이었다"고 강조했다.
182㎝의 큰 키에 화염방사기를 들고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던 젊고 활달한 모습은 이날 찾을 수 없었다. 할리우드에서조차 강고했던 "유리천장"을 뚫고 성공한 여성의 여유와 당당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1977년 우디 앨런의 '애니홀'로 데뷔한 그는 '에이리언'을 통해서 유명세를 탔다. '정글 속의 고릴라'(1988)와 '워킹 걸'(1988)로 1989년 골든글로브 최우수여자주연상과 최우수여자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에이리언 2'(1986), '정글속의 고릴라', '워킹걸'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30여년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그는 최고의 지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월의 두꺼운 더께도 그녀를 지치게 하지 않았다. 최근에만 SF 코미디영화 '폴' 등 6편의 영화를 찍었다. 환갑을 넘어서도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셈이다.
그는 오히려 더욱더 정력적으로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시점에서의 꿈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거예요. 제가 SF영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제 스스로 지구인이라는 개념에 익숙해요. 우리 모두가 지구인답게 행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수십 년간의 배우생활은 기쁨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할리우드는 전형적인 남성지배사회다. 제작자도, 감독도 스태프도 대부분 남성이다. 힘들지 않았을까.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저를 활용해준 남성 감독분들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를 했던 리들 리 스콧 감독이나 제임스 캐머런 감독 같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감사해야죠."
배우생활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했다. 걱정은 그저 시간을 낭비할 뿐"이라며 "스스로를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헛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의 가장 큰 밑거름으로 교육을 꼽았다. 위버는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예일대 대학원에서 연기를 공부한 재원이다.
"양질의 교육을 받았던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전공한 문학은 시나리오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어요. 제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그건 시나리오를 잘 읽고 요점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덕입니다. 스토리가 좋으면 영화가 좋죠. 이야기가 나쁘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영화가 성공하기 어렵죠"
(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