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사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업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일 주유소협회가 조사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의 직영 주유소 숫자는 내년 분사를 결정한 올들어 급격히 감소 중이다. 10월말 현재 SK에너지 직영 주유소는 629개로 작년 12월말(675개)부터 최근 10달 사이 46개(6.8%)가 줄었다.
반면 SK에너지의 자영주유소는 같은 기간 오히려 36개가 늘었다. 이는 SK에너지가 직영점을 자영점으로 전환하며 수익성이 떨어진 주유소사업의 부담을 덜어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SK에너지가 내년 분사 이후 석유 내수 마케팅 비중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에너지의 주력사업인 석유사업은 내년 비상장 자회사로 분리된다. 타 정유사와 달리 고도화 증설을 하지 않는 점도 석유사업 비중 축소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계열사인 SK네트웍스에 아예 석유 내수 마케팅을 전반을 위임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SK네트웍스는 SK에너지의 대리점으로 사실상 SK계열 주유소에 대한 소매영업을 전담하고 있다. 이 가운데 SK에너지의 대리점영업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에는 이같은 영업이 불가능했는데 법 개정(동종 사업자간 수평거래 허용)으로 대리점간 거래가 허용되면서 가능해졌다.
석유 마케팅 축소는 SK에너지뿐만 아니라 정유업계 전반에 해당된다. 실제로 해마다 증가하던 정유사 직영 주유소 수는 200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10월말 현재 2063개로 2008년 12월말(2273) 대비 210개나 감소했다. 이는 전체 주유소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0월말 현재 전국 주유소 수는 1만2958개로 연초보다 100개 가량 늘었다.
정유사가 석유사업 비중을 축소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석유 대체에너지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업계에선 이미 석유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상용화 속도가 빠른 것도 주유소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정유사가 셀프주유소를 확대하는 것도 소비자의 인식이 전환된 이유도 있지만 영업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주유원과 판촉 등이 필요 없는 셀프주유소는 영업부담이 덜한 게 사실이다.
정유업계의 선두업체격인 SK에너지가 가장 두드러지게 석유 내수사업의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다른 정유사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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