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득실 따져보니…’ 명분 주고 실리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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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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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업계 ‘반색’ 빠른 비준 촉구… 日은 ‘울상’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추가 협상은 없다”는 한국이 한미 FTA 추가협상안 통과시키며 미국에 한 발 양보한 모양새가 됐다. 특히 추가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차의 관세 철폐는 미뤄졌고, 미국차의 환경 규제는 완화됐다. 이에 따라 기존 협상안 반대 여론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전미자동차노조(UAW) 역시 이날 “협상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해 보면 실리는 한국 기업에 있다. 업계에서도 미국에 ‘명분’을 주고 ‘실리’를 얻어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 실제 전경련·대한상의·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서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빠른 비준을 촉구했다. 기업들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 수출·현지공장 경쟁력 강화= 한.미 FTA가 비준되면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건 현대·기아차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도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미국 예상 판매량도 사상 최초로 9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1~11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81만9250대(각각 49만3426대, 32만5824대). 시장점유율도 닛산에 이어 업계 7위인 7.7%다.
 
 당초 비준 즉시 철폐되기로 했던 배기량 3000cc 미만 차량에 대한 연 2.5%의 관세는 비준 5년 후로 미뤄졌지만,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부품 수출 관세 철폐로 현지 공장 생산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생산대수는 각 30만대, 총 60만대로 올해 수출분 중 47%인 50만대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됐다.
 
 특히 4년 째 표류하던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려웠던 애로사항도 해소됐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판매 확대와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이 장기화 되며 미국 내 부정적 여론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단 수출 증가율이 급속히 늘 경우 이를 중단할 수 있다는 ‘세이프 가드’ 조항이 어떻게 작용할 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국내 수출 비중 보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우려할 게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기차 관세 철폐를 10년에서 5년으로 줄인 것 역시 이 분야에 앞선 미국 업체에 유리하지만 현대·기아차도 “친환경차에 사운을 걸고 있는 만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품사 수출증가 기대감도… 미국 수입차는 ‘글쎄’= 부품 관세 철폐로 인해 당장 국내 중소부품사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포드나 GM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비롯,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부품사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는 상태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는 부품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업계는 대미 수출이 최대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미국산 수입차 역시 당초 협정에서 2012년부터 시행키로 한 환경규제를 20% 가까이 완화하게 되며 당장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현재 포드·크라이슬러·GM의 연 판매량이 7000~8000대에 불과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전체 수입차 시장의 10%,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미국산 차에 대한 국내 시장 문호는 얼마든지 개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 된 협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무대에서 최대 경쟁자인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한-EU FTA에 이어 한미 FTA까지 체결하자 우려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 유력 언론은 한-미 FTA를 일제히 보도하며 수출 손실액을 따져보고 있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인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양 FTA 체결로 일본은 연간 약 14억 달러(1조6000억원) 규모의 수출을 빼앗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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