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대표 “서울의 미래, 여성에게 달려있다”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우리 사회의 ‘유리 천장(glass ceiling, 여성의 성장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거둬내고 진정으로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든다면 서울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박현경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사진, 59세)가 지난달 26일 기자에게 건넨 첫 마디다.
 
 그는 올해 7월 3년 임기의 대표이사직에 연임됐다. 30여년간 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 서울시 북부·동부여성발전센터 소장,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 서울여성플라자 대표 등을 두루 섭렵한 ‘여성통’이다.
 
 특히 지난 3년동안 서울시의 신개념 여성정책인 ‘여행(女幸) 프로젝트’를 다각도로 지원하는 등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왔다. 그의 탁월한 경영감각과 추진력은 서울시 출연기관 경영평가 순위를 6위에서 3위로 올려놓기도 했다.
 
 그는 “서울은 수백년 동안 남성의 시각에 의해 움직여 온 도시이다. 하지만 여성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모든 정책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를 여성 우대가 아닌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등한시해왔던 여성의 잠재능력을 깨우고, 더 많은 여성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걸림돌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연한 성차별은 사라졌으나, 일상은 여전히 남성 위주의 관행이 여전하다. 정책 결정권자의 대부분이 남자인 탓이다. 저임금·비정규직 종사자가 여성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좀 더 많은 여성을 사회로 끌어들이려면 이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여성에게 특별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능력있는 여성 인재가 사장돼 버리는 국가적 손실을 방지하려면 여성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송정희 전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이 최근 KT 특임소 추진실장을 맡게 된 것은 실력과 도전정신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리더가 많이 배출되는 것 못지않게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강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실력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 취약하지만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친화력을 살린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여성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익을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맥 구축의 방안으로 ‘여성 멘토링 강화’를 제시했다. 젊은 층은 성공한 리더를 롤 모델로 삼아 꿈을 키우고, 경력을 쌓는 중인 여성의 경우 마음을 터놓고 조언해주는 멘토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는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여든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엔에스캅(ESCAP)에서 활동 중인 은사의 영향이 가장 컸지 않았나 싶다”며 “좋은 멘토를 두는 것은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올바른 인성함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의 의견을 대변하는 여성단체들도 글로벌화·미디어화·초고속화 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여성 후배를 위해 조언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는 학문 정진에 힘쓰되 구획을 가리지 않고 많은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새로운 도전은 늘 두렵고 외롭지만 자신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성을 위한 활동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안타깝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몫은 점점 커져가는데 이를 지원하고 지지해주는 기관은 여전히 적다. 여성이 행복해지는 것이 곧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길인 만큼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돕는 데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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