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이달 초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1조2000억원에 대한 계약조건을 명확히 하기 위해 7일까지‘대출계약서’제출을 그룹 측에 요청했다. 그룹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오는 14일까지 대출계약서 제출 및 각종 의혹들을 소명하라”고 최후통첩 한 것.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을시 양해각서(MOU)를 해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현대그룹도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부,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내년 1분기 이내로 예정된 현대건설 매각 절차가 또 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논란의 중심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1조2000억원. 자산 33억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또다른 조건이 붙었을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금호그룹이 3년 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일정 조건을 내건 ‘풋백옵션’을 내걸었고, 이로 인해 지난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 같은 일이 있은 지 불과 1년도 안 된 상황인 만큼 금융권은 민감한 상태다.
현대상선도 지난 3일 채권단에 ‘현대건설 및 현대그룹 계열사의 보증은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6일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 계약서는 의혹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 제 3자의 담보 가능성, 고금리 단기 차입 가능성 등에 대한 해명 없이, 현대그룹이 그간 주장해 온 부분만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명이 현대그룹과 우호 관계에 있는 관계사(넥스젠캐피탈) 임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넥스젠캐피탈과 현대그룹이 ‘또 다른 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다’는 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됐다.
비록 서명자가 관계사 임원과 함께 나티시스 은행 임원도 겸하고 있지만, 직함도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확인서 서명이 결코 통상적인 일은 아니란 게 금융 관계자의 시각이다.
7일에는 현대그룹이 앞서 오스트리아 스툼프그룹과 1조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맺으며 현대건설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비록 이 투자는 결렬됐지만 당초 앞에서는 “현대건설 계열사 매각은 없다”고 공언한 현대그룹이 뒤에서는 매각을 고려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현대그룹은 이 투자 유치에 실패한 후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현대그룹 측은 잇따른 의혹에 “기밀을 유지해야 할 자료가 유출돼 거래에 영향을 줘선 안된다. 대출계약서 공개 등은 전례가 없다”며 의혹 해소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태다.
채권단은 14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과의 대출계약서를 비롯, 대출확인서의 대리 서명 논란, 동양종합금융증권으로부터 빌린 7000만원의 구체적 합의 내용까지 소명을 요청하고, 이를 거부할 시 양해각서 해지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채권단과 현대그룹 측이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내년 1분기 내로 예정 됐던 현대건설 매각이 또 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대그룹이 계약 해지시 곧바로 법적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건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7일 저녁 6시께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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