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크리스마스는 서양인이 만들었지만 서양의 크리스마스는 이우(義烏) 사람들이 꾸민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국 저장(浙江)성 이우시에서 제조한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인형 등 크리스마스 장식 용품이 대부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올해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지만 이우시 완구 제조업자들의 표정이 예년처럼 밝지만은 않다. 바로 늘어나는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주량이 증가해도 수익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
월스트리트 저널(WSJ) 블로그인 차이나 리얼타임 리포트는 비용 상승에 직면한 이우 제조업계가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따른 수주량 증가에도 여전히 수익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황이밍(黃以明) 이우시 항톈(航天)성탄절공예품 유한공사 총경리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났지만 인건비가 30% 이상씩 올라 수익성은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료 값까지 턱없이 오르면서 이우시 제조업체는 도저히 비용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면화 가격이 대표적인 예다. 11월 초 25kg 당 260위안에 달했던 면화 값은 280위안까지 오르더니 11월 중순에는 380위안까지 껑충 뛰기도 했다.
급증하는 면화 값을 감당하지 못한 이우시 크리스마스 용품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면화 대신 합성섬유나 모래를 사용하면서 ‘굴욕’ 산타까지 등장했다.
따뜻한 면 소재 옷감 대신 싸구려 합성 섬유를 몸에 걸치고 뱃 속에도 면화 솜 대신 모래를 가득 채운 싸구려 산타 인형이 전 세계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우시 한 인형 제조업체는 “산타 인형 안을 값싼 모래로 채워 넣으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형 무게도 더 나가기 때문에 쉽게 세워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중국산 제품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굴욕’ 산타 인형이 올해 뿐만 아니라도 내년, 내후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버젓이 팔리게 된다면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소비자의 공포심만 조장하지는 않을 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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