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 관련 지표가 개선되고, 모델하우스에는 예비청약자들로 붐비고 경매시장은 싼 물건을 잡기 위한 투자자들로 북적이고 있는 것은 바로 주택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주택경기도 여전히 싸늘하다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하고 있다고 하지만 집값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현재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만9201가구로 전달(2만9334가구)에 비해 133가구(0.5%) 늘었다. 특히 서울은 9월 2169가구에서 10월 2506가구로 337가구(15%)나 늘었다.
◆ 수도권 악성 미분양 9020가구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지난 1995년 12월(3만4993가구)이후 15년만에 가장 많은 규모이다.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2002년 1387가구까지 줄었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다시 3만가구를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도 9020가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2월(2881가구)에 비해 10개월만에 213%나 증가한 것이다.
분양가 할인이나 양도소득세 감면 등 각종 혜택에 힙입어 전체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줄기는 했으나 이는 거래 증가에 의한 것 보다는 신규 공급 감소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10대 대형건설사의 올해 신규 분양물량은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1월말 현재 10대 건설사 분양실적은 약 3만5000가구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올초 계획물량 9만3700가구의 37.5%에 불과하다. 연말 분양예정인 1만5000가구 모두 공급돼야 당초 계획의 절반을 겨우 넘길 수 있지만 대부분 12월 분양을 꺼리고 있어 올해 실적은 40%를 넘기기 힘들 전망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올라간 것도 매매수요 부진에 따른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격이 오른 반면 매매가격은 하락 또는 보합권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 증가를 기초로 주택경기 회복이 아직 멀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주택경기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전망에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겨울철 주택시장 흐름과 양도세 감면완화 등 각종 혜택이 만료되는 내년 3월이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꺾인다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시장분위기는 일단 긍정적
수도권 미분양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매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서서히 주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전세난이 여전한데다 소형주택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자 싼값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경매시장이 붐비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현재 주택시장을 어느정도 바닥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수급불안도 주택 거래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신규로 분양된 주택은 약 18만가구 정도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줄어든 17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년째 계속되는 공급물량 감소가 결국 수급불안을 초래해 집값을 끌어올리기 전에 선취매에 나서는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단기적으로 미분양 문제 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수급불안에 따른 집값 불안이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수도권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2%가 '내년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올 하반기 주택시장이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기대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투자유망상품으로 아파트를 지목한 응답자도 29.6%로 연초 조사 때 20.8%에 비해 9%포인트 정도 높았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지표 개선이 체감경기 호전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차가 필요하고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지표 호전에 따른 실물시장 회복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가격이 오르고 내림을 떠나 기본적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라며 “수요자들 사이에 추가 급락이나 하락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진 소장은 “주택관련 각종 지표가 개선된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도권은 미분양이 오히려 증가하는 등 소비주체 입장에서 보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하지만 “8.29대책 이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성을 갖고 가느냐 하는 점"이라며 "연말연초 시장 흐름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주택경기 지표를 보면 바닥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이나 겨울 계절적 비수기를 접어드는 만큼 내년 1분기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대기수요가 많은 강남권이나 공급부족 지역, 역세권 중소형 주택 등 지역별 또는 주택유형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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