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성공적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세계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주축 국가로 급부상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글로벌 질서 재편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한국은 사상최대 규모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경제 분쟁의 중재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불거진 환율 문제 때문에 회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경상수지의 예시적 가이드라인 수립과 구체적 추진 일정을 담은 ‘서울선언’을 이끌어 냈다.
국가적으로는 신흥국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제적 신뢰를 높였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매끄러운 회의 진행으로 회원국 간에 첨예하게 맞서 있는 주요 현안을 중재함으로써 의미 있는 결실을 도출하는 등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국, G20에서 탁월한 조정능력 발휘
환율분쟁으로 파국의 불안까지 있었던 회의에서 갈등을 조절하고 각국의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조정 능력과 리더십은 국제사회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신흥국과 선진국이 균형 있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의견을 반영한 최초의 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회의는 신흥국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안전망의 도입과 균형 발전을 위한 개발이슈 등을 최초로 아젠다로 제시했다. 나아가 합의 내용에 신흥국과 선진국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 등에서는 오히려 신흥국이 더 많은 이득을 챙기는 결과를 도출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원국들이 주요 국제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협의를 이룸으로써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G20의 역할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G20 정상회의가 실행력이 떨어지는 단순한 협의기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11월 서울회의에서 각국이 거시경제 공조를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실행보고서(Accountability Report)를 도입함으로써 실질적 영향력을 제고하는 등 제도적 안정성을 확대했다.
각국 정상은 서울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 금융부문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저개발국 지원, 보호주의 저지 및 무역.투자 증진 등의 내용을 담은 선언문에 합의했다. 아울러 정상들은 각 국가별 정책공조 차원에서 재정, 통화.환율, 금융, 구조개혁, 무역.개발 등 5개 정책분야의 행동계획(Action Plan)을 발표해 실천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이런 점에서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G20의 의상과 역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대 G20 정상회의 가운데 처음으로 함께 개최된 비즈니스 서밋에서 12개의 워킹그룹 보고서와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것도 향후 G20의 역할에 힘을 실어 주는 요인이다.

▲G20으로 힘의 이동 가속화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적 금융위기가 불어 닥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G20 정상들이 모임을 갖게 된 것이 G20 정상회의가 선진 7개국(G7)의 주도권을 뺏어 오는 계기가 됐다.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세계 경제가 붕괴 위험에 빠지자 미국은 2008년 11월 G20 재무장관회의 참가국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금융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G20 정상들은 이어 200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렸고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회의에서는 G20 정상회의 정례화에 합의했다.
G20 정상들은 2010년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4차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서울에서 문제점 해결을 위한 최종 합의에 도출함으로써 G20 회의를 세계적 현안 해결을 위한 명실상부한 협의체로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세계 문제를 논의하는 해결사 역할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 7개국(G7) 정상들이 맡아왔다.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 6개국은 1974년 오일쇼크로 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1975년 프랑스 랑부예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게 되었고 여기에 캐나다가 1976년에 합류해 G7 체제가 정착되었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G7에서 G20으로 힘의 균형이 이동하는 전환점이 됐다.
당시 외환위기 해결을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국제협력 필요성이 대두됐고 1999년 G7 국가와 브라질·인도·중국·한국 등 주요 신흥국의 재무장관이 모여 회의를 열고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개최를 합의했다.
당시 회원 20개국을 선정하는 데는 국내총생산(GDP)·국제교역량 등 경제규모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었기 때문에 G20의 경제규모는 전세계 총 GDP의 85%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G20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향후 의제인 신흥국 관점의 금융규제 개혁에서 성과를 내도록 신흥국 협의체계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슷한 처지에 있는 브라질, 인도 등 다른 신흥국과 협의체계를 만들고 이슈도 선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성공적인 G20 진입에 이어 실질적으로 이니셔티브를 갖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반회원국으로서 지속적인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앞으로 G20 정상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G20 상설사무국에 전문가 파견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의 G20 정책 개발과 리더십 유지를 지원하는 조직과 기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아주경제 송계신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kss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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