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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한국은행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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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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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간담회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중소기업 CEO 간담회,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뒤 새로 생겨난 간담회들이다.
 
김 총재는 취임과 함께 여러 경제주체들과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민간이 느끼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직접 귀로 듣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담회의 목적에 의문이 든다. 중앙은행 총재가 굳이 먼저 나서서 기업 CEO나 투자은행 관계자들을 만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민간이 김 총재에게 할 얘기는 사실 뻔하다. "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며, 금융비용이 너무 높다." 조직의 설립 목적이 '물가안정'인 한은으로서는 들으나 마나 한 얘기다.
 
실제로 그동안의 여러 간담회에서 생산적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9월 중소기업 CEO와의 간담회에서는 중소기업 CEO들이 침묵을 지키며, 결국 이 자리는 통화정책에 대한 김 총재의 고충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중소기업 CEO들이 중앙은행 총재와 할 얘기가 무엇이 있었겠는가.

11월 있었던 대기업 CEO들과의 자리에선 대기업 총수들의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된다'는 정치적인 얘기만 오갔다. 통화정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투자은행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도 거시경제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만 오갔을 뿐이다.
 
또 초청 대상에도 의문이 든다.
 
한은은 대기업 총수와의 자리에 KT·두산·효성·대림산업·호남석유화학·현대백화점 등의 CEO를 초청했다. 각 업권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라 초청이 적절해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KT는 유무선 통신사업자이다. 하지만 유무선 통신은 통화정책 및 경기와 가장 연계성이 떨어진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전화 통화량를 늘리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원자재 가격 흐름이나 소비량을 측정하고 싶었다면 호남석유화학보다는 석유공사나 국토해양부나 지식경제부 관계자를 만났어야 했다.

현대백화점을 CEO를 만나 민간소비를 물을 요량이었다면, 신한카드의 이재우 사장을 초청했어야 했다. 현대백화점의 연 매출은 5조5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신한카드의 연간 취급고는 국내 연간 총소비의 8분의 1 수준인 100조원에 달한다. 또 백화점 매출은 주로 사치품 위주이지만 신용카드는 사용처를 가리지 않는다.

채권시장의 동향을 묻기 위해서라면 외국계 투자은행보다는 채권시장의 큰손인 보험사를 만나는 것이 적절했다.

한은의 간담회 개최가 쓸데없는 짓이란 얘기는 아니다. 한은의 위상이나 권위, 신뢰가 이 같은 형식적인 간담회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의적절한 통화정책과 시장과의 적절한 소통만이 한은의 권위와 신뢰를 더해준다.

한은은 시중통화의 시발점이자 종착지이다. 한은은 시중자금의 속도를 결정하고 가격도 매긴다. 그만큼 국가 경제에서 한은의 역할은 크다.

그런 한은이 권위와 위상, 신뢰를 얻기 위해서 간담회를 연다면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대상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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