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에디슨 제네럴일렉트릭 라이트'에 뿌리를 둔 세계 정상의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19세기말 출범한 GE는 21세기까지 2세기에 걸쳐 미국의 간판기업 자리를 지켰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고경영자(CEO)는 '경영의 전설(傳說)'로 불리는 잭 웰치.
그는 3S(Speed, Simplicity, Self-Confidence)와 6시그마 경영 등 신화적 경영기법을 창출하면서 일약 스타경영자 반열에 올랐다.
재임 중 '120억달러 상당의 232개 사업부문 매각-260억달러 상당 338개 사업 매수'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잭웰치는 그야말로 세기적 경영자로 불린다.
그런 그가 지난 2001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일이다.
그는 방한과 동시에 모든 일을 뒤로하고 국내 톱경영자와 현직 장관 등을 대상으로 한 인재육성 강연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잭 웰치회장은 한 장관으로 부터 “경영자의 첫번째 역할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웰치 회장은 잠시의 주저함 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경영자는 한 손엔 물뿌리개를,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들고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사람과 같습니다...”
난데없는 꽃이야기에 참석자들이 어리둥절했다. 그는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재육성 입니다. 꽃은 바로 인재를 뜻하죠. 저는 업무시간의 70%를 인재라는 꽃을 키우는데 보내고 있습니다…”.
당시 웰치회장의 꽃밭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웰치회장의 독특한 인재경영으로 GE는 세계 최고의 인재사관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그에게 경영 수업을 받은 인물 중 20여명이 현재 미국 유력 상장회사의 CEO로 활약하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인재·핵심 인재·슈퍼급 인재….’등 인재육성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재계 총수들도 인재경영을 최고의 ‘화두’로 삼고 있다.
최근 삼성이 유례없는 최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젊은 피' 대거 수혈, 해외인력 전진배치 등 핵심인재 중용을 기치로 내걸면서 재계 스포트라이트는 삼성에 집중됐다. 무려 490명의 새로운 별이 뜨면서 삼성은 마치 별들의 천국과 같았다. 작년보다 늘어난 임원수는 무려 110명. 그야말로 사상 최대규모였다.
그런데 이번인사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30대임원 발탁과 해외 전문가의 본사임원 스카웃에 시선이 모아진다.
예전에도 전례가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전 세계 법인의 현지채용인들을 두루 본사 임원에 발탁한 적은 없었다. 미국, 중국, 독일, 태국 등 7개국의 현지채용인들을 대거 본사 상무로 승진시킨 것. 또한 38~39세의 젊은 임원 탄생도 이목을 모을만했다. TV 디자인과 스마트폰 디자인 부문의 전문가들이 잇따라 별을 달았다.
이같은 인사는 '마누라 빼고는 다바꾸자'고 주창한 이건희 회장의 창조적 인재경영의 단면을 보여준다. "천재 한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핵심인재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 회장. 이번에도 여지없이 파격적이었다.
요즘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그룹 사장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글로벌인재 발굴에 분주한 이유는 뭘까. 인재경영이 곧 기업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핵심인재 빼돌리기로 인해 '브레인 엑소더스(Brain Exodus)'는 심각한 상황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글로벌 핵심인재 발굴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두뇌(頭腦)유출’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이에 기업들의 향후 인재경영 방향은 '사람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두뇌유출 방지’에도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꽃밭에 비료를 주고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빼앗기는 것은 더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잭 웰치 정신'을 이어받아 치밀하고 과학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 개발에 올인해야 할 때다. 뿐만아니라 '두뇌유출 억제 프로그램'개발에도 역점을 둬야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