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소재 A대학병원에 따르면 대동맥과 폐동맥이 모두 우심실로 연결되는 선천성 심기형으로 고통받던 이모 양(생후 2개월)은 서울시내 대형병원에 입원하고도 제때 수술 치료를 받지 못해 지난 10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양은 A병원으로 옮겨오기 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담당의사에게서 수혈이 필요한 '폰탄 수술'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부모는 종교적 이유로 거부했다.
아산병원은 이씨 부부가 의사의 집도를 계속 거부하자 이례적으로 지난 10월 의료진과 법률고문, 윤리학 박사 등으로 꾸려진 윤리위원회를 연 끝에 이씨 부부를 상대로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친권은 자녀의 복리를 위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자녀의 생명ㆍ신체의 유지와 발전에 저해되는 친권자의 의사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의료인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기초해 의사 표현능력이 없는 자녀의 진료행위에 대해 의사를 추정한 뒤 제한적이고 필수적인 범위에 한해 필요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이씨 부부는 법원의 판단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딸과 같은 증상의 환자가 무수혈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적이 있다며 결정 효력이 미치지 않는 A병원으로 딸을 이원했다.
이곳에서 이양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숨졌다.
이양의 어머니 김모씨는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수혈 수술 방식을 고수했을 것이다. 병을 안고 태어나게 해 부모로서 너무 미안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생후 2개월된 영아가 부모의 종교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함에 따라 미처 종교적 선택권도 갖지 못한 신생아의 생명권과 종교적 신념 사이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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