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이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도 가속화 되고 있다.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갈등과 긴장은 주변국들 간 군사적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945년 해방과 함께 분단돼 65년간 일촉즉발의 무력 대치를 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은 목숨을 걸고 군사적.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남북 정부는 아울러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명분 축적과 국격 제고를 위한 총력적인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해득실 따라 ‘합종연횡’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위기 속에서 사안별로 자국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새로운 외교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북한의 오랜 우방국인 중국은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도발에서도 '북한 편들기'를 지속하며 북중 혈맹관계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또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6자 회담' 조기 재개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평화적 해결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 일본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비난하는 한편, 중국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등 한.미.일 공조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반도의 긴장 해소를 위한 대책 논의에 대해 경계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성명서 발표, 상대국 압박, 회유 등 전통적인 외교 전술과 함께 경제적 힘까지 동원해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나아가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는 국가와는 강력한 연합과 연대를 구축하는 반면에 노선이 다른 나라나 상대국은 고립시키는 전략도 불사하고 있다.

◇순방외교 통한 '끌어안기' 외교전
동북아시아 외교의 큰 틀은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이 감돌 때마다 당사국과 주변국을 상대로 순방 외교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힘의 공백 속에서 '세계경찰' 역할을 해왔던 미국은 'G2(주요 2개국)'로 급부상한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우는 데 부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들어 무역역조, 환율, 북한의 잇단 도발 및 핵문제, 6자 회담, 중동 문제 등 주요 정치.경제 이슈를 놓고 대립하며 국제사회에 긴장감을 야기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의 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양국은 대화와 협력의 틀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 하려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두 나라는 연말연초에 잇따라 예정돼 있는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한반도 주변 정세를 진정시키는 방안을 찾는 한편, 양국간 경제.외교적 갈등 봉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오는 14∼17일 베이징 협의에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보좌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사 등 동북아와 한반도 담당 최고위 인사를 보내 외교적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고위급 회동에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연평도 포격,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등과 같은 도발을 자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서 대화를 통해 양국간 시각차를 조율하는 '투트랙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제시한 '6자 회담' 재개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은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통해 이뤄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급적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필요성이 큰 시점이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등 매우 민감한 주제로까지 북한의 핵문제가 비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으로 북한 문제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시아 쪽으로 외교력을 모으는 이른바 '아시아로의 복귀'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전통적 우방국가인 한국과 일본을 강력하게 끌어안는 전략을 쓰면서 한국.미국.일본 3국간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미.일 3국은 긴급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함께 미 제7함대 소속의 항모인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한미, 미일 합동군사훈련을 서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잇따라 실시하는 등 군사적 협력을 과시하며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이후 한미일 3국이 군사, 외교, 정보 방면에서 빠르게 결속을 강화하며 굳건한 '3국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중국 6자회담 카드로 맞서
중국은 한미일 공조를 비난하면서도 6자 회담 조기 재개 카드를 빼들며 대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특사' 자격으로 긴장 당사국인 한국과 북한에 잇따라 파견해 대화와 화해를 유도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했던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지난 9일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 중국이 미중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미국에 제시할 중국의 카드를 점검하기 위해 북한의 의중 파악에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이 국무위원은 김 위원장에게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한반도 내 긴장조성 행위를 자제하라고 요청했을 공산이 크며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를 이끌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감싸기'와 '어르기' 전략을 쓰는 반면에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을 설득하는 데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다이 국무위원은 전격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6자회담 재개 동참을 설득했다.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선 중국의 외교력은 잇단 도발과 핵 문제로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힐지 여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G2의 외교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러시아도 남한과 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동시에 북한의 연평도 도발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자고 주장하며 한반도 외교전에서 실지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과 북한도 러시아를 끌어안기 위한 외교전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는 15일 러시아를 방문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한의 연평도 도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등의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위 본부장은 러시아 방문에서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명하고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은 12일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양국 간 협력관계와 한반도 및 국제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격변기를 맞은 한반도 주변 상황에서 각국이 어떤 외교적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적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것은 명약관화한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6자회담이 어떻게 진행될 지 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대결에서 대화모드로 극적인 전환을 모색할 수도, 긴장이 악화될 수도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송계신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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