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vs 수준' 김중수-이성태 통화정책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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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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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임명찬 기자) "경제는 수준보다는 항상 변화율이 중요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통화당국자는 수준과 방향성 두가지 모두 고민해야 한다." 이성태 전 총재.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전·현직 한은 총재가 장외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통화정책 결정에서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이 전 총재는 수준도 중요 고려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재 경기 상황서 한은의 통화정책 목적을 경기부양으로 삼느냐, 물가안정으로 잡느냐에 대한 전현직 총재의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방향'이냐 '수준'이냐… 전현직 총재 입장차
 
김 총재는 지난 11월 16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는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기대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결코 금통위가 어떤 수준을 정하거나 타겟을 미리 상정해 놓고 그쪽으로 계속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한 정책금리 수준이 여전히 낮지만 대외여건 등 향후 독립변수의 움직임에 따라 정책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이성태 전 총재는 1주일 뒤 반박성 발언을 했다.

이 전 총재는 11월 23일 열린 '2011 신한금융투자 리서치 포럼'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는) 독립변수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면서도 "정책변수를 움직일 때 방향에만 주목하지만 실제로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은 두가지 모두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두문불출하던 그가 퇴임 후 첫 공식 행사에서 현재 통화정책 결정에 훈수를 둔 것이다.

김 총재는 이에 질세라 방향성에 대한 발언 강도를 높였다.

그는 이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는 수준보다는 항상 변화율이 중요하다"며 "특정 수준을 생각하고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준이라는 것은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중시)했던 것으로, 현재 경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매우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은 전현직 총재의 이 같은 장외논쟁은 최근 경제상황에서 통화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김 총재는 지금을 경기부양의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이 전 총재는 자산버블 및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만큼 인플레이션 타게팅에 맞춰 금리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전 총재는 현재 물가 수준의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서 더 디테일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비해, 현 총재는 경기부양을 중심으로 외부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부양 우선돼야"…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은 필요

경기부양과 자산가격 안정이란 두 명제로 갈리는 전현 총재의 시각차에 시장은 미세하게 김 총재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고 올해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3.0±1.0%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조종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낮은 금리에도 근원 인플레는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 등 자산버블 가능성은 낮다"며 "지금은 성장과 고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물가를 조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물가도 중요하지만 10월 환율전쟁 이슈 등 대외 여건이 아직 불확실하다"며 "금리 결정은 점진적인 방향으로 실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립금리 실현에 대한 의견도 많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및 기준금리 인상이 선제적일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부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은 통상적으로 '수준'보다 '방향성'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지만, 현재의 경우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정상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상 시기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경제성장 추세에 비해 2.50%의 기준금리는 아직도 완화적이기 때문에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준금리의 방향성이 '인상' 쪽으로 잡혀있는 만큼 김 총재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김 총재의 방향성 발언은 지금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것을 시인하고, 향후 방향성을 시장에 알리겠다는 차원일 것"이라며 "금리정책이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총재의 언행불일치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편이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며 "일관성있게 금리정책을 펼쳐야 시장도 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올리되 시장에 확실히 인상하겠다는 시그널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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