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는 13일 ‘공적자금 투입기업 매각의 개선방안’(정도영 박사)이라는 이슈 리포트를 통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생 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기업이라는 점과 인수 희망기업이 CEO들 가족이라는 점이 부각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대건설의 기업가치에 국민의 혈세가 녹아있다는 점이 간과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01~2006년 워크아웃 돌입부터 졸업까지 약 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를 범 현대가로 확대하면 금액은 24조4000억원까지 늘어난다. 현재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지분도 2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7.84%)를 포함, 전체의 14.70%가 공적자금이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당시 2만원에 지분을 매입, 14만원에 매각해 주당 7배의 시세차익을 누려 가장 큰 실리를 취하고, 혈세를 투입한 국민은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정부 및 현행 법률이 채권단으로 하여금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가 매각 수단으로 활용케 해, 인수 회사가 자금조달 과정에서 재무상태가 악화돼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소위 ‘승자의 저주’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건설 매각. 공적 자금이 투입돼 3년 만에 정상화 한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은 6조4000억원이라는 인수 자금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금호그룹 뿐 아니라 대우건설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선택한 매각대금 극대화는 부실경영 책임자(현대그룹)에게 또다시 경영을 맡기는 부작용을 유발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정부,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공적자금이 금융 기관에 투입됐을 땐 다양한 법적 기준이 마련된 반면, 기업의 경우 ‘국민부담 최소화 원칙’만 있을 뿐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공정성 문제로 매각이 원활하지 못해 당초 취지를 달성 못하거나, 부적격자를 선정해 부실 경영을 초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보고서는 “공적자금법 제1조, 제19조 등을 근거로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과 절차를 법령으로 규정, 금융기관의 매각 원칙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현대건설 매각과정에서 나타나듯 일정에 급급해 졸속 처리하기보다 시장에서 제기된 모든 의문을 충분히 검토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정부와 채권단은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은 현재 매각을 준비중인 거의 모든 기업이다. 하이닉스(11.28%) 대우조선해양(50.37%) 쌍용건설(38.75%) 쌍용양회(23.15%) 대우일렉트로닉스(57.42%) 등등. 이중 공적 자금이 40.84% 투입됐던 대우인터내셔널과 22.53%의 현대종합상사는 올들어 각각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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